KBS2‘개그콘서트’, 관객과 호흡맞춘 ‘몸짓개그’ 돋보여

  • 입력 1999년 10월 18일 19시 02분


최근 언어유희에 가까운 ‘말 개그’가 오락프로그램을 주름잡으면서 인기 개그맨들은 MC로 활약하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서세원 남희석 신동엽 이휘재 등. 이 오락 프로들은 이들의 퍼스낼리티로 움직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 방송 한 달반 만에 자리를 잡은 KBS2 ‘개그콘서트’(토 밤 9·00)는 이와 반대로 대부분 몸과 성대모사로 웃기는 집단 개그. 예전에는 보편적 포맷이었던 것이 이제는 틈새전략으로 사용되고 있다.

10개 남짓한 코너가 쉴 새 없이 무대에 올려지는 ‘개그콘서트’ 중 프로의 성격을 가장 잘 드러내는 코너는 ‘사바나의 아침’과 ‘스크림’.

아프리카의 한 부족과 그 추장이 빚어내는 갖가지 해프닝이 재료인 ‘사바나…’는 특히 ‘인간복사기’라는 별명이 붙은 개그맨 심현섭이 아프리카인에서 김대중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성대모사의 진수를 보여준다.

‘스크림’은 ‘먼저 웃으면 죽는다’는 규칙 하에 상대방을 ‘웃겨 쓰러뜨리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16일 방송에서는 100㎏에 육박하는 개그맨 백재현이 ‘푸시업’을 하겠다며 결국 불룩한 배를 추 삼아 ‘인간 흔들의자’를 보여줘 동료들과 관객들을 웃겼다.

‘개그콘서트’는 세련된 ‘말의 잔치’에 비해서는 다소 유치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 그러나 이 프로의 경쟁력은 방영 중인 오락프로 중 가장 많은 방청객(1000여명)을 끌어들여 제목대로 콘서트 형식을 취하면서 객석과 호흡을 함께 한다는 데 있다.

16일 ‘사바나…’ 중에도 콘티대로 가다가 방청객의 반응이 별로 없자 즉석에서 대본을 수정하는 등 무대와 객석의 ‘쌍방향 작용’이 두드러졌다. 프로 말미에 객석의 의향을 물어 그날 중 재미있었던 코너를 다시 보여주는 ‘앙코르 개그’가 상설화된 것도 이런 이유로 볼 수 있다.

한편 ‘몸으로 웃기는’ 개그의 소재 고갈 징후가 보이는 것은 제작진의 부담일 듯. 난쟁이 인형 복장으로 마이클 잭슨을 흉내내는 것 등은 캐나다의 오락프로 ‘Just for Laugh’를 상당부분 차용했다는 지적은 단적인 예. 몸으로 웃기는 일이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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