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어터'대표 유인촌씨 "극장운영 생각보다 힘들어요"

  • 입력 1999년 8월 11일 18시 33분


“스스로 족쇄를 찬 꼴이 됐다. 전용극장만 가지면 하고 싶은 연극을 마음껏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극장 유시어터의 대표 유인촌(49)은 피곤해 보였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소극장을 개관한지 16일로 꼭 넉달. 대지 165평, 연건평 420평에 지하2층 지상5층 250석규모의 이 극장은 그가 TV드라마 출연료, CF개런티, 집 판 돈 등 평생 모은 돈 30억원을 들여 만든 연기인생의 결정체. 그런데 그는 “개인이 극장운영에 뛰어든 것이 후회스럽다”고 했다.

―넉달동안의 수입과 지출을 결산해 보면….

“매표수입만 가지고는 운영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사실 공연자체로는 밑지지 않았다.

두달 공연한 ‘햄릿1999’은 제작비 1억7000만원을 들였는데 1만3000여명이나 찾아 보조석까지 매진될 정도였다. 나를 포함해 최민식 이혜영 권성덕 등 배우들이 우정출연 수준의 개런티만 받았기 때문에 간신히 수지를 맞출 수 있었다.”

―그 정도면 성공 아닌가.

“낮에 하는 어린이극은 5000만원의 제작비를 들였지만 완전 적자였다. 게다가 극장운영비, 직원 12명 단원 50명의 인건비 등등은 도저히 나오지 않는다. 나로서는 세금 문제가 가장 절박한데,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기는 커녕 연예인 종합소득세 낼 때 극장운영에 따른 세액공제는 전혀 받지 못한다.”

―애초에 중산층 이상의 고급관객을 겨냥해 강남에 극장을 세운 것 아니었나.

“연극의 불모지에 문화의 향기를 전하고 싶었지만 의외로 강남 관객이 별로 없더라. 어린이극은 서울 변두리지역 주부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많이 왔다. 있는 사람들은 쇼핑하고 골프치느라 문화를 즐길 시간이 없는 것인지, 원….”

―하고 싶은 연극을 한껏 할 수 있어서 행복하지 않은가.

“글쎄. 전용극장만 있으면 그럴줄 알았다. 그런데 제작비 충분히 대서 완성도 높은 공연을 할 수 있는 것은 일년에 한두편 정도라는 걸 깨달았다…(웃으며). 그게 인생인 것 같다. 손에 쥐면 행복할 것 같지만 막상 갖고 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기는….”

―또 다른 문제가 뭔가.

“끊임없이 극장에 댈만한 작품이 없다. 10월에 ‘철안(鐵顔) 붓다’공연을 할 때까지 9월 한달은 극장이 빈다. 상업극이라도 하자는 주장이 있지만 그럴 생각은 없다. 아무 작품이나 대관을 주고 싶지도 않다. 사실 극장으로 돈 벌 생각은 해보지도 않았다.

그러나 극장 유지 때문에 정작 하고 싶은 연극을 못할까 봐 걱정이다.”

〈김순덕기자〉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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