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여름 극장가 "강타"…'용가리' 100만 육박

  • 입력 1999년 8월 5일 19시 21분


여름철 극장가의 흥행을 ‘메이드 인 할리우드’가 주도한다는 공식이 깨지고 있다.토종 반격의 선두주자는 지난달 31일 나란히 개봉한 ‘인정사정 볼 것 없다’와 ‘유령’.

영화 관객수를 집계하는 영화리서치와 제작사 자료를 종합하면 ‘인정…’과 ‘유령’의 관객 수는 개봉 첫 주말 서울기준으로 각각 6만3000명과 5만5000명. 평일에도 꾸준히 관객이 몰려 4일까지 개봉 닷새만에 각각 13만명(인정…)과 11만5000명(유령)으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대로 가면 60만명 정도는 무난하리라는 예상.

지난달 17일 개봉한 ‘용가리’도 6일을 전국 관객 100만명(서울 35만명)을 돌파하는 D데이로 잡고 있다.

우리 영화는 97년 ‘넘버 3’(30만·이하 서울관객) ‘할렐루야’(30만), 지난해 ‘여고괴담’(77만) ‘퇴마록’(42만)으로 상승세를 그리면서 올해는 여름시장 주역으로 떠올랐다.

반면 매년 7, 8월 평균 900만명 이상의 관객을 기록했던 할리우드 영화들의 기세는 현저히 떨어졌다.

7월말 기준으로 ‘미이라’(80만) ‘스타워즈 에피소드1:보이지 않는 위험’(78만) ‘타잔’(38만) ‘노팅힐’(35만)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31만) ‘오스틴 파워’(11만2000) 등 화제작들이 잇따라 여름철에 개봉됐지만 아직 100만명을 돌파하는 영화는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해 여름엔 ‘아마겟돈’이 130만 관객을 모았었다.

특히 미국 시장을 강타했던 ‘스타워즈…’ ‘오스틴 파워’의 참패에 가까운 흥행성적은 우리 관객의 ‘입맛’을 감안해도 충격적이다. ‘스타워즈…’를 배급한 20세기 폭스코리아의 이철승이사는 “미국 시장에서만 4억1000만달러(약5000억원)를 벌어들인 영화인데 아쉬운 결과”라고 말했다.

영화평론가 조희문교수(상명대)는 “최근 할리우드 작품들의 상대적 부진은 극적 감동이 사라지고 볼거리만에만 몰두한 결과”로 분석하고 “한국 영화의 완성도가 높아지면서 이제 할리우드 영화가 여름 시장을 독점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

PC통신의 네티즌들도 ‘인정…’과 ‘유령’에 대해 영상과 실험성에서 뛰어난 작품이라는 찬사와 함께 “친구들에게 할리우드 영화보다는 두 영화를 보라고 권유하고 싶다”는 의견을 올리고 있다.여름철 극장잡기가 하늘에 별따기나 다름없던 현실에서 시네마서비스(인정…) 일신창투(유령)이 직배사에 맞서 독자적인 배급망을 구축한 것도 우리 영화 선전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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