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3사, 비난여론 몇몇 인기프로 개편대상서 살려

  • 입력 1999년 1월 11일 19시 06분


아무리 대통령이 선정성을 지적하고 방송개혁위원회가 ‘불량식품론’을 제기해도 방송사에는 ‘버릴 수 있는’ 프로와 ‘죽어도 못 버리는’ 프로가 있다. 공영성 강화를 위한 ‘프로그램 살생부(殺生簿)’도 역시 시청률을 의식해 짜여졌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 방송 3사의 속사정을 살펴본다.

▽MBC〓가장 발 빠르게 개편안을 발표했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알맹이가 없다. 폐지방침을 밝힌 ‘다큐멘터리 이야기속으로’ ‘경찰청 사람들’은 사내에서 포기할 수 있는 프로로 분류돼 왔다.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미신이나 모방범죄를 조장한다는 이유로 집중포화를 받았기 때문.

반면 MBC가 절대로 버릴 생각이 없는 프로는 방송사 전체 시청률에 영향을 미치는 드라마. 시청률 1, 2위를 기록중인 일일극 ‘보고 또 보고’와 주말극 ‘사랑과 성공’은 결혼을 둘러싼 비정상적인 내용전개로 끊임없이 비판을 받아왔지만 끈질기게 살아남았다. 방송사 내부에서조차 시청률이 높은 드라마는 ‘귀족프로’라는 비판이 나올 정도.

▽SBS〓버릴 수 없는 카드는 ‘한밤의 TV연예’ ‘기분좋은 밤’ ‘SBS인기가요’. 방송위원회로부터 여러 차례 경고를 받거나 10대 편향이라는 지적 속에 선정성의 주범으로 지목돼 왔지만 워낙 시청률이 높은 덕에 폐지 대신 ‘내부수리중’이라는 간판만 내걸었다.

폐지키로 한 ‘토요 미스터리극장’ ‘특급 연예통신’ ‘비디오 출동 Q’는 진작부터 버리는 프로로 꼽혀왔다. ‘토요…’를 제외한 나머지는 시청률이 낮아 이번 조치가 ‘울고 싶은 데 매를 때려준’ 격이라는 얘기. 주 2회에서 1회로 줄어든 ‘주병진 데이트라인’도 선정성과 오락성에서 오락가락, 이미 폐지 또는 축소가 거론돼온 프로였다.

▽KBS〓8일 발표된 개편안에서 2TV 아침드라마 ‘사랑해서 미안해’와 ‘미스터리 추적’ ‘비디오 추적 놀라운 TV’를 폐지키로 했다. 당초 ‘뮤직뱅크’ ‘코미디 세상만사’ ‘연예가중계’ ‘쇼 행운을 잡아라’ ‘일요일은 즐거워’ 등 10대 위주의 가요프로와 연예프로의 축소가 검토됐으나 기사회생. ‘뮤직뱅크’는 ‘이소라의 프로포즈’ ‘가요무대’와 함께 연령별로 음악프로의 다양성이 고려돼야 한다는 면에서, ‘연예가 중계’는 15년 이상 장수한 프로여서 버릴 수 없다는 의견이 강했다. KBS는 지난해부터 이미 공영성을 강화해왔다며 폐지보다는 내용 순화로 개편의 방향을 잡은 분위기.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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