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가,새정책 갖가지說 『촉각』

입력 1998-01-05 20:48수정 2009-09-26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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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가는 정중동(靜中動)이다. 겉은 고요의 바다. 그러나 물밑은 제각각 촉각을 곤두세우고 술렁이고 있다. 새 방송 정책의 씨줄과 날줄이 엮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변화는 예상되나 어떻게’가 의문이라는 것.게다가 그에 따른 자리 변동은 얼마나 심할까. 물론 새정부의 방송 정책은 공보처 폐지와 방송위원회 위상 강화 등으로 골격이 잡혀 있다. 그러나 그 전반적 공약이 가히 혁신적일 정도여서 구체적 파장은 쉽사리 예단할 수 없는 형편. 이때문에 우선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이사진 10인의 선임도 지난해 12월31일로 임기가 끝났으나 늦춰지고 있다. 국회 추천 4인, 방송위원회 추천 6인이라는 방식 자체가 바뀔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국민회의의 공약은 방송위원회가 10명을 전원 추천하는 방식. 이에따라 ‘방문진’이사를 새정부 출범전 한시적으로 선임할지 아니면 이후에 선임할지 고심중이다. 방송위원회는 국회가 먼저 매듭지어주기를 바라는 눈치. 아울러 KBS의 이사 선임이나 사장임면방식도 공영방송제의 강화 차원에서 여러 설이 나돌고 있다. KBS와 MBC가 공영방송이라지만 정부의 직간접적 입김에 흔들렸던 탓. 또 두 방송사 모두 광고수입 의존도가 높아 공영방송이라고 하기에는 낯간지럽다. 공보처는 폐지 대상 1호. 이에 따라 공보처는 정권인수위원회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공보처의 내부 의견은 과거 문화공보부 시절로 돌아가 문화부와 합쳤으면 하는 것. 국제화 시대 국가홍보기능의 강화가 불가피하고 소프트웨어가 중추를 이루는 방송 역시 문화정책차원에서 다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EBS는 기대가 크다. 국민회의 측에서 공사화 방침을 천명했기 때문. 특히 EBS의 지난해 9월 파업 당시 김원길정책위의장이 직접 노조와 만날 정도로 깊은 관심을 보여 어떤 형태로든 ‘좋은’ 변화가 있으리라는 기대다. 방송위원회의 경우는 기대반 우려반. 공약대로 방송사 인허가권이 주어지면 현재의 ‘종이 호랑이’ 신세를 면할 수 있다는 기대다. 그동안 일선 방송사에서 위원회의 심의 결과에 내놓고 불만을 터뜨리는 일은 국제적으로도 드문 경우였다. 김창열위원장은 그러나 “현실적으로 신규허가대상이 없는 상황에서 인허가권이 힘이 되겠느냐”며 “위원회의 위상 문제는 새 방송법이라는 큰 테두리내에서 숙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현재 유력한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가칭 방송통신위원회와 어떤 식으로 조화를 이루게 될지는 정보통신부의 태도 등 변수가 많다. 한국방송광고공사도 마찬가지다.방송광고 영업독점의 개선이라는 당위아래 손질의 폭이 어느 정도가 될지 관심이다. 서병호한국방송광고공사 사장은 “공사가 일정 부분 존재의 이유를 인정받고 있는 만큼 시장 원리의 점진적 도입 등 개선책이 바람직하다”며 조심스럽다. 일선 방송사들은 어떤가. 국제통화기금(IMF) 폭풍으로 인해 허리끈 조르기를 서두르고 있는 상황에서 방송정책 변화가 가져올 파장에도 궁금해하고 있다. 이런 ‘정중동’은 얼마나 갈까. 이 상태는 사안별 해결보다 새 방송법이 완성되어야 마무리될 듯하다. 반면 경제 위기로 인한 구조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기나긴 ‘기다림’은 경쟁력 약화 등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허 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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