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대선/미디어선거 결산]원시적 勢싸움 청산

  • 입력 1997년 12월 17일 20시 49분


이번 대선에서 각 후보간의 주전장(主戰場)은 「거리」가 아닌 「안방」이었다. 주요한 표모으기 수단이 과거의 세몰이식 군중집회에서 TV토론회 등 「미디어선거전」으로 옮겨졌기 때문이다. 미디어선거전은 대체로 고비용 정치구조 개선에 작지 않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낳았다. 청중동원비 등 엄청난 돈이 드는 것은 물론 청중규모로 「기(氣)싸움」을 벌였던 「전근대적 선거기법」이 눈에 띄게 사라졌기 때문이다. 또 TV토론회 등을 통해 각 후보들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분야 등 다방면에 걸친 정책청사진을 국민앞에 상세히 보여줌으로써 「정치의 투명성」을 높였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첫 시행에 따른 문제점도 적지 않게 드러났다. 가장 많이 지적된 문제가 대선후보초청 토론회의 진행방식이었다. 신한국당의 대선후보 경선 이후 실시된 공식적인 TV토론회는 모두 54회. 여기에 일부 신문사와 각종 민간단체가 주최한 토론회까지 합치면 횟수는 더욱 늘어난다. 이 때문에 중반 이후부터는 토론회가 「중복질문과 뻔한 답변」으로 흘러 「선도(鮮度)」가 크게 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또 대부분 TV토론회의 경우 답변시간이 1분∼1분30초에 그쳐 후보들이 토론주제에 대해 심도있게 접근하기보다는 임기응변과 표정관리에 더 신경을 썼다는 지적이 무성했다. 합동토론회를 주관한 「대통령선거방송 토론위원회(위원장 유재천·劉載天 한림대교수)」의 구성과 역할설정 등의 문제점도 제기됐다. 11명의 토론위원 중 7명이 방송사 대표와 정당추천 인사 등이어서 방송사와 정치권의 이해가 뒤엉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김영석(金榮錫)연세대신방과교수는 『TV토론회의 횟수를 대폭 줄이고 한 주제에 대한 답변을 5∼10분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면서 『좀더 공영적인 TV토론을 위해 시민단체가 진행을 주도하는 방식 등이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사가 자의적으로 정한 방송연설비용도 문제점 중 하나다. 방송연설비용이 턱없이 비싸 돈 안드는 선거를 지향한 당초 취지와 달리 결과적으로 「고비용 정치」를 부추겼다는 반론을 불러일으켰다. 선거기간에 KBS MBC SBS 등 방송3사에 허용된 방송연설은 한 후보당 22회. 그러나 방송연설비용이 가장 비싼 CF단가(초당 7백만∼8백만원)를 기준으로 책정돼 있어 20분짜리 1회당 비용이 2억8천만∼3억6천만원에 달했다. 〈정연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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