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산업]매니지먼트가 만든 「신데렐라」 김지호

  • 입력 1997년 11월 5일 08시 34분


깜찍한 CF요정 김지호가 이민갔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었다. 놀랄 건 없다. 떠다니는 꿈과 돈을 움켜잡기 위해 「싱싱나라」로 간 것 뿐이니까. 「스타 비즈니스」가 뜨고 있다. 어제까지 평범한 친구였는데 어느날 갑자기 스타 비즈니스에 발탁되더니 수억원의 돈을 주무르는 스타로 떠버린다. 스타의 입김과 숨결로 대중문화의 부가가치는 천배 만배 뛰어오른다. 그러니 스타 한 사람이 모으는 돈과 관객, 곧 「스타 파워」는 대중문화의 번창과 더불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96년 기준으로 영화와 비디오 시장의 규모는 각각 2천3백억원과 2천7백억원대였다. 한번 「대박」이 터지면 큰 돈 벌 수 있는 가요 시장은 4천5백억원대. 여기에 CF까지 보태면 스타 산업의 시장규모는 1조원대를 훌쩍 넘어선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이같은 시장규모에서 스타 개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11%가 넘는다. 94년 평범한 여대생에서 졸지에 톱스타로 떠오른 김지호의 신데렐라 스토리는 스타 비즈니스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도대체 「김지호 주식회사」의 한해 매출은 얼마나 될까.올해 초부터 9월까지 김지호 한 사람이 벌어들인 돈은 어림잡아 약 14억4천만원. LG전자 롯데백화점 등 6건의 CF 출연료 12억4천만원에 SBS 「꿈의 궁전」과 영화 「인연」의 개런티 2억원을 합한 것이다. 그러나 하루종일 옆에서 지켜본 억대 스타의 씀씀이는 「자린고비」에 가까웠다. 지난달 31일 오전 8시경 SBS 라디오의 녹음부터 시작해 다음날 오전 4시반까지 양재동과 답십리를 오가며 영화 촬영을 하는 동안 김지호의 지갑은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점심은 매니저의 차안에서 김밥으로 때웠고 저녁은 참치샐러드가 고작이었다. 돈을 쓸 이유도, 시간도 없었다. 김지호가 직접 돈을 내지 않는 것은 그가 매니지먼트에 의해 「만들어진 스타」이기 때문이다.소년같은 얼굴, 귀여운 이미지 등 그때까지 어떤 스타에게서도 볼 수 없었던 스타성을 김지호에게서 발견한 EBM사가 그가 등장하자마자 「찍어서」 「키웠다」. 그래서 홍보비 식대 등 「스타 만들기」를 위한 일체의 비용을 소속사가 낸다.스타는 몸과 시간이 밑천이다. 김지호에게는 승용차(포텐샤)의 운전과 스케줄을 담당하는 로드 매니저와 코디네이터 2명, 메이크업 아티스트 등 최소한 4명이 따라다니며 「황금알을 더 낳도록」 시간관리를 해 준다. 스물네살짜리 처녀 한 사람을 통해 15억원에 가까운 돈을 벌어들이는 EBM측은 김지호의 수입을 6대 4로 나눈다. 그런데도 각종 세금과 광고대행사 수수료 등 기본경비를 빼면 소속사 몫으로 약 3억6천만원이 떨어질 뿐이며 그나마 사무실 운영비를 제하면 『약간 남는 정도』라고 주장한다. 아널드 슈워제네거의 개런티가 2천5백만달러(약 2백50억원)나 되고 영화 한 편으로 수십억달러를 벌어들이는 할리우드와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스타 비즈니스는 아직 영세하다고 볼 수도 있다.그러나 김지호 스토리는 이 분야의 종사자들에게 스타 비즈니스가 아이디어와 소자본으로 승부를 걸 수 있는 21세기형 「노다지」임을 보여주는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스타〓연예인으로 인식돼온 스타의 울타리는 최근 작가 PD 영화감독 매니저 음반제작 및 기획자 등 무대 뒤의 종사자에게까지 넓혀지고 있다.김수현 송지나 등 인기작가들과 강우석감독(영화) 김종학 고석만 이진석PD(드라마) 김창환 신철(음반 프로듀서) 정훈탁 정영범씨(매니저) 등이 신(新)스타군. 이들은 억대이상의 개런티나 수입으로 스스로가 스타로 불리는 동시에 신인의 발굴과 영화 음반 드라마 등으로 분류되는 스타 비즈니스의 「유통」 과정에 참가, 막강한 영향력을 부풀려가고 있다. 〈김갑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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