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그룹「카니발」 『정상의 축제』…음반 30만장돌파

  • 입력 1997년 11월 5일 08시 33분


그룹 「카니발」이 단숨에 정상에 올랐다. 음반이 나온 지 불과 한달도 안돼 30만장. 방송 횟수와 판매순위 1위는 물론 방송가의 출연요청이 쏟아지고 있다. 「카니발」의 빅히트는 그 멤버 구성으로 진작 짐작할 수 있었던 것. 그룹 「패닉」의 이적과 「전람회」의 김동률이 음악 코드를 맞췄다. 이른바 프로젝트 그룹. 「카니발」의 매력은 이질적 요소의 결합이다. 「패닉」의 이적이 미래적 사운드라면 김동률은 복고다. 이적이 요란한 반면 김동률은 차분하다. 이적이 리듬이라면 김동률은 멜로디. 이런 상대성이 「제대로 된 하나」를 이룰 때 효과는 증폭되게 마련. 스물셋 동갑내기인 두 사람은 『서로를 스펀지처럼 빨아들여 하나가 됐다』고 입을 모은다. 머리곡 「그땐 그랬지」는 「패닉」도 「전람회」도 아니다. 「카니발」의 그것. 김동률에게 그전에 보이지 않던 힘이 있고 이적에게는 선율감이 보인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재즈와 블루스를 섞은 듯하나 리듬은 강렬하다. 지나간 과거를 생각해보니 사는 건 하루하루가 연습이더라는 가사. 20대 초반의 젊은이가 삶을 잠깐 뒤돌아보니 쓴 웃음이 나오더라는 자전적 이야기다. 이적은 패닉 2집의 「벌레」 등에서 현실을 까발린 가사로 찬반 논쟁의 대상이 됐었다. 이번에는 다르다. 그는 『가사에 메시지를 담았더니 평가가 가사 비평에 그치더라』며 『그래서 이번에는 정치적 색채를 넣지 않았다』고 했다. 한 예로 수록곡 「거위의 꿈」은 메시지가 있으되 선명하지 않다. 날지 못하는 새, 거위에게 꿈의 상실을 빗댔지만 서정성으로 가려버렸다. 두 사람은 특히 음악적 지평을 넓혀나가는데 심혈을 쏟았다고 말한다. 다른 영역에서 각자 독특한 음악 세계를 인정받았으므로 이번에는 가요사적으로도 인정받고 싶다는 것이다. 내세우는 주제도 「복고」. 김동률은 『70년대 음악을 이 시대로 옮겨와 정리했다』며 『단순히 향수를 자극하는 게 아니라 우리 음악의 뿌리에 다가가서 전통을 세워보는 차원』이라고 설명한다. 그런 이유로 편곡이나 연주 화성 등에서 음악의 기본을 「탐구」하고 있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그 충실함 덕분에 까다로운 음반 구입층인 20대가 지지를 보내고 있다. 두 사람은 두번째 「카니발」을 낼 계획은 아직 없다. 『서로를 모두 빨아들여 남은 게 없다』는 게 이유다. 활동도 12월까지만 할 계획이다. 서울대 사회학과 휴학중인 이적은 내년 초에 김진표와 함께 「패닉」의 3집을 내고 군 입대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김동률은 연세대 건축학과를 휴학했지만 복학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대신 내년 가을경 음악공부를 위해 미국으로 건너갈 예정. 〈허 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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