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상반기 결산]깡패 코믹애정물 『흥행 짭짤』

  • 입력 1997년 8월 22일 09시 17분


「처음엔 울고 나중엔 웃었다」. 97년 상반기 한국영화 흥행 결산은 이렇게 요약된다. 올해초 「인샬라」 「용병이반」 등 기대됐던 작품들이 잇따라 흥행과 비평 양쪽에서 모두 실패하면서 위기감이 돌았던 한국영화계는 무르익는 봄과 함께 점차 기운을 회복했다. 침울했던 한국영화에 찬연한 서광을 비춘 것은 지난 4월 개봉된 「비트」. 10대 후반의 질풍노도와 같은 열정, 방황을 감각적 영상으로 담아낸 이 영화가 약 40만명의 관객을 모아들임으로써 『공들여 잘 만든 영화는 된다』는 인식을 재확인시켰다. 직배영화 태풍의 끝자락이 남은 8월에도 「넘버3」 「나쁜 영화」 「할렐루야」 등에 꾸준히 관객이 몰리고 있다. 지난해의 「투캅스2」 같은 「대박」은 없었지만 한국영화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8월까지 10만명 이상이 관람한 영화만 해도 「깡패수업」 「고스트 맘마」 「초록물고기」 「미스터 콘돔」 「비트」 「산부인과」 「넘버3」 「나쁜 영화」 「할렐루야」 등 9편. 10만명 이상의 관객이 든 영화가 한해 통틀어 10편이 못됐던 최근 몇년간에 비교하면 올해 흥행 성적은 꽤 좋은 편이다. 영화평론가 김시무씨는 『올 전반기 흥행에 성공한 영화들은 깡패 영화와 코믹 애정물이라는 두 장르로 나뉜다』고 말했다. 「초록물고기」 「비트」 「넘버3」 등은 한국적 액션을 보여주는 공통점이 있다는 것. 「테러리스트」나 「게임의 법칙」 등에서 보여주었던 개화된, 서양의 갱스터 무비도 아니고 홍콩 액션도 아닌 말 그대로 토속적 「깡패」 영화가 한국영화의 한 장르로 자리잡고 있다는 해석이다. 몇년 전부터 유행한 코믹 애정영화는 여전히 인기 장르. 한편 「개같은 날의 오후」로 촉망받던 이민용감독의 「인샬라」나 「은행나무 침대」의 강제규감독이 절반 참여한 「지상만가」, 「내일로 흐르는 강」의 박재호감독이 만든 「쁘와종」 등이 실패한 것은 한국영화계에 자기만의 작품을 만들어낼수 있는 「영화작가」의 탄생이 아직 멀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최민수 이정재 장동건 최진실 등 스타들이 등장해도 흥행이 안되는 것은 작품의 중요성과 더불어 한국 영화계에 진정한 스타가 드물다는 것을 입증한다. 〈신연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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