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제약사들, 美공장 확보 나서
리제네론, 후지필름과 4.3조원 계약
같은날 로슈도 “美에 71조원 투자”
의약품 수출 韓제약사들도 고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의약품 수입 관세를 검토하고 나선 가운데 글로벌 제약사들이 미국 내 생산 기지가 있는 파트너사 물색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미국에 생산 기지가 없는 한국 기업들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현지 시간) 글로벌 제약사 리제네론은 일본의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인 후지필름다이오신스바이오테크놀로지와 30억 달러(약 4조2800억 원)의 대규모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리제네론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홀리스프링스 지역에 있는 후지필름의 생산 시설에서 상업용 바이오의약품의 원료의약품을 제조할 계획이며 올해 말 본격적인 생산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리제네론은 “이번 투자로 미국 내 대규모 제조 역량을 두 배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 美 생산 기지 확보 나선 글로벌 제약사들
업계에서는 리제네론이 후지필름과의 계약 내용을 비교적 상세히 밝힌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가 임박한 데 따른 것이라고 보고 있다. 통상 글로벌 제약사들은 경쟁사에 생산 규모 및 전략을 노출하지 않기 위해 CDMO 기업과의 계약 규모와 내용을 밝히지 않는다. 이번처럼 리제네론이 계약 규모와 기간 등을 밝힌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것이다.
오기환 한국바이오협회 전무는 “미국에 생산 기지를 확대하고 있다는 것을 미국 정부에 보여주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며 “미국 의약품 관세 부과를 앞두고 미 정부와의 관계를 우호적으로 이끌어가는 동시에 관세가 부과될 시 빠르게 미국 생산 기지를 선점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날 스위스 제약사인 로슈 역시 향후 5년간 미국 시장에 500억 달러(약 71조4400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으며 앞서 일라이릴리, 존슨앤드존슨, 노바티스 등도 미국 생산 기지 확대를 위해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 미국 공장 없는 韓 기업 사면초가
글로벌 제약사들이 미국 제조 역량 강화를 위해 투자를 늘리고 있는 가운데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 국내 주요 CDMO 기업들은 미국 내 생산 기지가 없어 매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바이오 생산 공장은 공정 설비가 까다롭고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증까지 필요해 지금 당장 건설을 시작한다고 하더라도 최소 4년 뒤에나 대량생산이 가능하다. 국내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 공장 건설을 하자니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에 끝내기가 어렵고, 기존 미국 생산 공장을 인수하자니 너무 비싼 값에 사야 하는 사면초가인 상황”이라고 했다.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모두 미국 내 생산 기지 건설 및 공장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단계로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는 상태다.
미국에 원료 및 완제 의약품을 수출하고 있는 대웅제약, 한미약품, GC녹십자 등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보톡스)인 ‘나보타’는 지난해 기준 미국 미용 보톡스 시장의 13%를 차지할 정도로 수출량이 많다. GC녹십자는 지난해 초 혈액제제 ‘알리글로’가 FDA 승인을 받아 올해부터 본격적인 수출을 계획하고 있는 상황이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어떤 종류의 의약품에 관세를 부과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필수 의약품이나 완제 의약품에만 관세를 부과하는 경우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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