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엔’… 원-엔 환율, 3년만에 1000원 넘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3월 11일 03시 00분


엔화 가치 급등… 당분간 강세 지속될듯
다른 나라와 반대로 금리인상 행보
日 10년물 국채 금리 16년만에 최고
트럼프 “환율 불공정” 발언도 영향

뉴시스
원-엔 환율이 은행 창구에서의 매입가 기준 1000원(이하 100엔당)을 돌파했다. 원-엔 환율이 1000원을 넘어선 건 3년 만이다. 일본은행(BOJ)이 전 세계 중앙은행과 정반대로 금리 인상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엔화의 가치 절하가 불공정하다는 발언을 쏟아낸 영향으로 엔화는 연일 강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엔화 강세가 당분한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10일 오후 3시 반 하나은행 환율 고시에 따르면 은행 창구 등에서 우대환율을 받지 않고 현찰을 살 때 기준 원-엔 환율은 1001.30원(매매 기준율 984.08원)에 마감했다. 7일 기준 신한·우리은행, 8일 NH농협은행 기준으로도 살 때 환율은 1000원을 넘어섰다. 원-엔 환율이 1000원을 넘어선 건 2022년 3월 이후 3년 만이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지난해 3월 단기 정책금리(기준금리)를 17년 만에 올리며 마이너스 금리 정책에서 선회했고, 그해 7월 0.25%로, 올해 1월 0.5%로 각각 인상했다. 이달 18∼19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도 인상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관측이 높아지면서 기존 채권 매수를 자제하는 투자자가 늘며 10일 일본 장기금리 지표가 되는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 주말 대비 0.055%포인트 오른 1.575%까지 상승했다. 2008년 10월 이후 16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박상준 와세다대 국제학술원 교수는 “일본 기준금리가 더 올라갈 수 있다는 예측이 강하고, 미국과 일본 간 기준금리 격차가 축소되는 과정에서 엔화 강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불공정 발언도 불씨를 보태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 시간) “일본 엔화와 중국 위안화가 달러 대비 절하하는 것은 미국에 매우 불공정하고 불리한 상황을 초래한다”며 “통화를 계속 절하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강경 발언을 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엔화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민경원 우리은행 애널리스트는 “과거 원-엔 환율의 심리적 기준선이 1000원이었는데, 올해 하반기(7∼12월)까지는 1000원 선을 넘나드는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일본 간 기준금리 축소로 해외 투자금이 일본시장으로 ‘리턴’하는 것도 엔고를 부추길 요인으로 평가된다. 위재현 NH선물 연구원은 “일본 연기금(GPIF)이 보유한 해외 채권 4400억 달러와 일본 보험사가 보유한 해외 자산이 일본 국고채로 투자 전환되면 달러 매도, 엔화 매수 형태로 결제되어 엔화가 강세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엔화 강세 덕분에 관련 투자 상품의 수익성은 개선되고 있다. 7일 기준 ‘AC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액티브(H) 상장지수펀드(ETF)’는 최근 한 달간 4.10%의 수익률을 기록해 같은 기간 국내 채권형 ETF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다른 엔 노출 미국채 ETF 상품인 ‘RIS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합성H)’도 수익률 상위 3위(3.81%)였다.

일부 투자자들은 차익 실현에 나서는 모양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엔화 예금은 7일 기준 잔액 8823억 엔으로 집계되는 등 축소됐다. 원-엔 환율이 100엔당 910원대에서 850원대로 꾸준히 내림세를 보인 지난해 상반기(1∼6월)에는 5대 은행의 엔화 예금 잔액은 6개월 연속 늘어 6월에는 역대 최대치(1조2929억 엔)를 기록했는데, 정점 대비 32%나 빠진 숫자다.

#원-엔 환율#일본#엔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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