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發 통상전쟁]
자동차-1차금속 등 생산 감소 탓… 제품 출하도 2년새 가장 많이 줄어
수출 감소에 반도체 재고는 증가
“美 관세 현실화땐 더 위축 우려”
연초 제조업 생산이 1년 전보다 4% 넘게 줄며 18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공장에서 시장으로 나가는 출하 감소 폭도 2년 만에 가장 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반도체, 자동차 품목 관세가 현실화하면 한국 경제의 근간인 제조업이 더욱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9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 1월 제조업 생산은 1년 전보다 4.2% 줄었다. 이는 2023년 7월(―6.6%)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자동차(―14.4%), 1차금속(―11.4%), 기계장비(―7.5%) 등의 업종에서 생산이 줄어든 영향이 컸다. 한 달 전과 비교해도 제조업 생산은 2.4% 감소했다. 전월 대비로 제조업 생산은 지난해 12월 4.0% 늘었는데, 한 달 만에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시장으로 나가는 제품 출하도 뒷걸음쳤다. 1월 제조업 제품 출하는 1년 전보다 7.4% 감소하며 2023년 1월(―9.2%) 이후 2년 만에 최대 폭으로 줄었다. 한 달 전보다도 6.2% 감소했다. 특히 외국에 판매하는 수출 출하는 지난해 12월보다 10.3% 급감했다. 생산한 제품을 국내 판매업자 등에게 판매하는 내수 출하도 2.4% 줄었다.
정부는 1월 설 명절로 인한 조업일 축소, 연말 ‘밀어내기’ 수출 등으로 전달 지표가 크게 증가했던 데 따른 기저효과라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계절적으로 비수기인 데다 중국 반도체 업체의 저가 물량 공세와 공급 과잉으로 범용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하락한 영향이 컸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올 1월 반도체 생산은 한 달 전보다 0.1%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해 4분기(10∼12월) 매달 3∼4%대의 증가율을 보였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수출이 줄어 반도체 출하도 25.4% 줄면서 반도체 재고는 한 달 전보다 7.8% 증가했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와 자동차에 25%의 관세 부과를 예고한 상태라는 점이다. 반도체와 자동차는 지난달 한국 1위, 2위 수출 품목으로 전체 수출액의 30%를 차지했다. 관세 부과로 이들 품목의 수출이 줄면 제조업 생산과 출하, 재고 지표는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이미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16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수출을 주도하며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했던 반도체가 올해 부진을 이어가면 전체 제조업은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제조업이 흔들리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은 정부 전망치인 1.8%를 달성하기 힘들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한국 산업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년째 30%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국의 저가 수출 밀어내기, 미국의 관세 압박 등으로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이 떨어진 상황”이라며 “이는 제조업을 기반으로 하는 한국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최근 한국의 주력 산업인 제조업이 전례 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며 정부에 산업 지원 방안 등의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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