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사과’ 사태에 한몫… 농수산물 독과점 유통망 손본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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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 보호위해 경매 맡은 도매법인
경매 수수료 등 이익률 20% 넘어
정부 “법 개정해 경쟁체제 도입”

독과점 구조로 운영되고 있는 농수산물 도매시장법인(도매법인)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법 개정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과일값 등의 변동과 관계없이 20% 넘는 영업이익을 꾸준히 챙겨온 농산물 도매 생태계에 경쟁 체제를 도입해 유통 수수료를 낮추겠다는 것이다.

8일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개정안이 5월에 국회 문턱을 못 넘으면 새 국회가 구성된 이후 다시 의원입법 형식으로 법 개정에 나설 계획”이라고 했다. 해당 법은 산지 농어민들로부터 농수산물을 구매해 경매에 부치는 도매법인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기준에 미달하는 도매법인은 지정을 취소하고, 대신 새로운 법인이 들어올 수 있게끔 유도하는 내용이 담겼다.

현재 국내에서 생산되는 농수산물 대부분은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 같은 공영도매시장을 거쳐 유통된다. 이때 농어민들은 공영도매시장에서 진행되는 경매를 대신 해주는 도매법인을 통해 농수산물을 판매한다. 경매에서 농수산물을 낙찰받은 중도매인들은 다시 이를 대형마트 등에 공급한다. 경매에선 무조건 최고가를 제시한 중도매인이 낙찰받는다. 도매법인은 경매를 대신 해주는 대가로 생산자로부터 4∼7%의 수수료를 챙긴다.

이러한 유통 구조는 상대적으로 협상력이 떨어지는 농어민들이 도매업자로부터 ‘가격 후려치기’ 등을 당하지 않게끔 보호하기 위해 도입됐다. 산지 농수산물 경매는 정부가 지정한 도매법인을 통해서만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경매 제도가 수십 년간 이어지면서 사실상 독과점 체제가 굳어졌다는 게 정부 안팎의 평가다. 도매법인은 정부가 5∼10년 범위에서 유효기간을 두고 지정한다. 문제는 지정 기간이 만료된 도매법인의 재지정 요건이 법에 명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유효기간이 끝난 법인이 영업을 계속 이어가는 상황이 수십 년째 되풀이됐다.

국내 최대 농수산물 거래 시장인 가락시장의 경우 6개의 도매법인이 경매를 맡고 있는데, 이 중 5개는 1985년 시장 개설 이후 지금까지 영업을 해오고 있다. 이들 법인의 영업이익률은 20%대로, 도소매업 평균 영업이익률(2%대)을 크게 웃돈다.

농안법 개정안은 2021년 국회에 발의됐지만 그간 양곡법 등에 밀려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 하지만 올 들어 사과, 배 등 농산물 가격이 큰 폭의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유통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법 개정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金사과#농수산물 유통#농수산물 독과점 유통망#농수산물 도매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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