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이자 4조’ 한전, 하반기 전기료 동결 시 적자 ‘눈덩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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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년 3월 24일 07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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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료 인상 압박 상당하지만 '고물가' 의식
작년 4.5조 적자·부채 200조에 이자만 4.4조
3개월간 국제유가 10% 상승…환율도 불투명
투자축소·자산매각·희망퇴직 등 재무개선 중
하반기 3% 고물가 지속땐 전기료 인상 난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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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동결됐지만 하반기에는 누적된 한국전력공사 적자 해소를 위한 인상 가능성이 점쳐진다. 지난해 한전 부채가 200조원을 넘겨 이자로만 4조4000억원가량 지출해야 하는 상황에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올해 2분기 전기요금을 동결했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 전력량요금, 기후환경요금, 연료비 조정요금으로 구성되는데 한전은 2분기 연료비 조정요금 기준이 되는 연료비 조정단가를 ㎾h(킬로와트시)당 ‘+5원’으로 확정했다.

연료비 조정단가는 해당 분기 직전 3개월 간 연료비 변동 상황을 전기요금에 반영하기 위한 제도로 ㎾h당 ±5원 내에서 결정한다. 지난 2022년 3분기부터 8개 분기 연속 +5원 유지하며 요금 인상을 최대한 억제했다.

한전이 누적된 적자와 국제 유가 상승에 따른 비용 상승까지 겹쳐 전기요금 인상 압박이 상당함에도 2분기 전기요금을 동결한 것은 고물가 상황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한전은 연결 기준 영업손실 4조569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22년 대비 86% 줄어든 수치로, 낮아진 국제유가와 전기료 인상에 힘입어 지난해 3·4분기 기록한 흑자가 작용했다.

하지만 여전히 재무 부담은 막대한 상황이다. 현재까지 누적된 적자는 43조원, 부채는 200조원을 넘겨 지난해 이자 비용만 4조4517억원에 이르렀다.

지난해 3·4분기 흑자를 견인했던 낮아진 국제 유가 역시 3개월 만에 약 10% 상승하며 호의적이지 않다.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3월 평균 브렌트유는 배럴당 83.97달러, 두바이유는 배럴당 83.49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역시 배럴당 79.88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2주차 평균 브렌트유가 배럴당 75.34달러, 두바이유 75.01달러, WTI 70.48달러와 비교해 상승폭을 키우고 있다.

환율 역시 불안 요소다. 당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하를 시사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1322.4원(21일 기준)으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으나 국내 금리 인하 등 환율 상승 요인도 남아 하반기에도 환율이 안정세를 유지할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한전은 인건비 감축, 투자 축소, 자산 매각, 희망퇴직, 영업망 광역화 등 25조7000억원 규모의 재무개선을 추진 중이지만 요금 인상을 통한 매출 증가가 재무 개선의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꼽힌다.

실제로 지난해 전기요금이 2022년 대비 26.8%(32.3원) 올라 전기판매 수익 역시 25.3%(16조7558억원) 증가했다. 가격에 비탄력적인 전기 수요 특성상 요금 인상이 수익 증가로 직결된 것이다.

올해 상반기까지 전기요금을 동결한 한전은 3분기부터 재무 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해 전기요금 인상 카드를 적극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부는 “물가(상승률)를 2%대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상반기까지 공공부문이 허리를 더 졸라매야 한다는 차원에서 정책 기조를 잡았다”면서도 “물가가 안정되면 어떻게 (공공기관 재무를) 정상화해나갈지 고민할 것”이라고 한 바 있다.

공공요금 동결 기조가 적용될 시기를 상반기로 제시했던 만큼 하반기에는 기조가 바뀔 가능성이 충분한 상황이다.

게다가 다음 달 10일 총선을 치르는 점도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 중 하나다. 당장은 정치적 이벤트를 앞두고 여론을 의식해 국민 부담을 키울 전기요금 인상을 결정하기 부담스럽지만, 총선 이후엔 여론으로부터 보다 자유롭게 인상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전기요금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한 만큼, 한전은 물가 변동 추이를 보며 인상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8월부터 지난 2월까지 7개월 중 지난 1월(2.8%)을 제외한 6개월 동안 3%대에 머물렀다.

정부는 물가상승률 2%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때문에 하반기에도 물가상승률이 2%대에 안착하지 못할 경우 한전은 물가 안정과 적자 해소 사이에서 고심을 거듭할 전망이다.

[세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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