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 논란 속 ‘회장직’ 부활…창업주 손녀 “정직이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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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년 3월 15일 13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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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링 유한학원 이사(가운데)가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24. 03. 15/뉴스1
유일링 유한학원 이사(가운데)가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24. 03. 15/뉴스1
유한양행(000100)이 28년 만에 회장 부회장 직제를 신설한다.

유한양행은 15일 오전 10시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2023년 재무제표 연결 재무제표 승인의 건 △정관 일부 변경의 건 △이사 선임의 건 △감사위원 선임의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임원 퇴직금 지급 규정 일부 변경의 건 등의 안건을 통과시켰다.

주총을 통해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이사 사장은 사내이사로 재선임됐다. 김열홍 연구개발(R&D)총괄 사장은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이정희 이사회 의장은 기타비상무이사로 재선임됐다. 신영재 법무법인 린 파트너 변호사, 김준철 다산회계법인 회계사는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으로 재선임됐다.

유한양행 창업자 유일한 박사.(유한건강생활 자료)
유한양행 창업자 유일한 박사.(유한건강생활 자료)
회장 부회장 직위를 신설하는 내용을 담은 의안인 정관 일부 변경의 건도 통과됐다. 안건 통과로 유한양행에서 회장 부회장 직제는 1996년 이후 28년 만에 부활했다. 유한양행에서 그간 회장직에 오른 인사는 창업주 유일한 박사와 그의 최측근인 연만희 전 고문뿐이다. 창업주인 유일한 박사는 기업 사유화 대신 사회 환원의 책임이라는 기업이념을 실천한 기업인이다.

앞서 유한양행 일부 직원들은 특정인을 위해 회장직을 신설한다고 반발했다. 회장직 신설이 특정인을 위한 것이라면서 회사 앞에서 트럭을 활용한 시위 등을 진행했다. 유한양행 임직원 2000여 명 중 모금에는 임직원 300여 명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한양행에서 40여 년간 근무했다는 한 주주는 “유한양행은 오너가 없는 국민의 기업이라는 자부심이 있다. 회사가 성장함에 따라 회장 부회장 직제를 신설하는 것은 찬성하지만 누가 되느냐가 문제”라면서 “모든 사람이 인정할 수 있는 능력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총에 참석한 다른 주주는 “유한양행과 관계사 임원 중에서 회장 부회장 직제 신설이 창업주 유일한 박사가 강조한 정신과 맞는지 그들에게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회장 직제 신설에 반대하는 유한양행 임직원들이 트럭 시위를 하고 있다. 2024. 3. 15/뉴스1
회장 직제 신설에 반대하는 유한양행 임직원들이 트럭 시위를 하고 있다. 2024. 3. 15/뉴스1
일부 임직원과 주주의 반발에도 유한양행은 회장 부회장 직제를 다시 만들었다. 유한양행은 지난 28년간 회장 없이 전문 경영인 체제로 운영돼 왔다.

유한양행은 임직원들이 제기한 우려에 대해 글로벌 50대 제약사로 도약하기 위한 직급 유연화 조치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회사의 양적 질적 성장에 따라 향후 회사 규모에 맞는 직제 유연화가 필요하기 때문에 정관을 개정한다고 강조했다.

유한양행은 또 외부 인재 영입 시, 현 직급 대비 차상위 직급을 요구할 시 글로벌 연구개발(R&D) 중심 제약사로 도약하고 있는 시점에서 향후 우수한 외부 인재 영입을 위해서 필요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이사 사장은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면서 언젠가는 회장 부회장 직제를 만드는 것이 좋다고 봤다. 유한양행에는 6개 본부가 있고 6명의 부사장이 있다”면서 “다른 회사처럼 언젠가 큰 회사로 가야 한다. 그것에 맞춰서 회장 부회장 직제를 신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회장을 하라고 해도 할 사람 없을 것”이라면서 “한다는 사람이 있어도 이사회에서 분명히 반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유한양행에 회장은 창업주인 유일한 박사 등 2명이 있었다. 유일한 박사를 항상 마음속에 새기고 정신을 이어가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 “언젠가는 이 직제가 들어와야 하므로 신설하는 것일 뿐”이라고 전했다.

유한양행 창업주 유일한 박사의 손녀인 유일링 유한학원 이사는 주주총회에 참석해 유일한 박사의 정신을 강조했다.

유일링 이사는 “이 자리에서 하고 싶은 말은 단 한가지다. 유일한 박사의 뜻과 이상이야말로 이 회사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한다”면서 “정직한 방법으로 이익을 내는 것인지, 기업경영이 얼마나 사회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로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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