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부동산 대체투자 부실 우려 2.46조…당국 “손실 영향 제한적”

  • 뉴시스
  • 입력 2024년 2월 22일 16시 05분


코멘트

국내 금융권 해외부동산 대체투자 잔액 56.4조
재택근무에 고금리 맞물려 해외 상업용 부동산 침체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규모가 56조4000억원에 달하며 손실 우려 규모는 2조46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발 상업용 부동산 쇼크로 5대 금융지주의 해외 부동산 투자 평가손실이 1조원을 넘어서는 등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금융당국은 총자산 대비 투자 규모가 1% 미만이고 손실흡수 능력도 충분해 금융시스템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불안심리를 진화했다.

금융감독원이 22일 발표한 지난해 9월말 기준 금융회사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현황에 따르면 국내 금융권의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잔액은 56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6월말 55조8000억원 대비 약 1.07%(6000억원) 증가했다.

금감원은 “최근 해외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 부동산 투자금액이 전분기와 유사한 수준에 그치는 등 신규투자는 정체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업권별로 보면 보험이 31조9000억원으로 절반이 넘는 56.6%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이어 은행 10조1000억원(17.9%), 증권 8조4000억원(14.9%), 상호금융 3조7000억원(6.6%), 여신전문금융 2조2000억원(3.8%), 저축은행 1000억원(0.2%) 등의 순이었다.

지역별로는 북미가 34조5000억원(61.1%)으로 가장 많고 유럽 10조8000억원(19.2%), 아시아 4조4000억원(7.9%) 등의 순이다. 오세아니아와 남미, 아프리카 등 기타지역과 복수지역 투자는 6조6000억원(11.8%)이다.

만기별로는 2024년까지 12조7000억원(22.5%), 2025~2026년 15조2000억원(26.9%), 2027~2028년 11조2000억원(19.9%), 2029~2030년 4조6000억원(8.2%) 등으로 만기가 분포돼 있다. 2031년 이후 만기도래 금액은 12조7000억원(22.5%)이다.

투자대상별로는 부동산 개발이나 임대사업 목적으로 개별 부동산에 투자해 사업장 파악이 가능한 ‘단일자산’ 투자가 35조8000억원, 복수의 부동산 자산에 투자하며 주로 블라인드 펀드, 재간접 펀드에 투자해 사업장 파악이 불가한 ‘복수자산’ 투자가 20조5000억원이다.

◆美·유럽 상업용 부동산 가격 고점대비 22%↓

대체투자는 주식이나 채권 같은 전통적 투자상품이 아닌 다른 대상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 2010년대 중반 이후 이어진 저금리 국면과 풍부한 유동성에 힘입어 미국, 유럽 등의 부동산에 투자하는 대체투자 붐이 전세계적으로 일었는데 국내 금융사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재택근무가 자리를 잡아가면서 오피스 빌딩 등에 대한 수요가 급감하고 고금리 기조로의 전환에 따른 이자부담이 맞물리며 최근 해외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크게 위축됐다.

이에 따라 미국과 유럽의 부동산 자산이 고점을 찍었을 때 집중적으로 투자한 국내 금융사들의 투자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해외 상업용 부동산 가격지수는 미국 123.8, 유럽 101.2이다. 미국의 경우 고점인 2022년 4월 159.8 대비 22.5%나 하락했으며 유럽도 고점인 2022년 5월 129.7 대비 22.0% 떨어졌다.

올해 1월 기준으로는 미국 121.1, 유럽 98.3을 기록 중인데 이는 전년동기대비 각각 9.1%, 10.9%씩 하락한 것이다.

◆국내 금융사 손실 우려 EOD 자산, 3개월 만에 1조 증가

이처럼 미국, 유럽의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국내 금융회사가 투자한 사업장에서 손실 우려가 있는 기한이익상실(EOD) 발생 자산도 증가하는 등 부실화 가능성도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9월말 기준으로 국내 금융회사가 투자한 단일 사업장 35조8000억원 중 2조3100억원(6.46%)에서 EOD 사유가 발생했다. 지난해 6월말 EOD 발생 자산이 1조3300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불과 한 분기만에 부실 우려 규모가 9800억원이나 증가한 것이다.

또 지난해 9월말 이후 3건의 EOD가 추가로 확인됨에 따라 올해 2월 기준으로 EOD 발생 사업장은 28개이며 투자규모는 2조4600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EOD는 채무자의 신용위험이 높아져 금융기관이 만기 전에 대출금을 회수하는 것을 말한다. 선순위 채권자에 대한 이자 또는 원금 미지급이나 자산가치 하락에 따른 LTV(담보인정비율) 조건 미달 등의 사유로 발생하는데 EOD로 인해 선순위 투자자의 매각 결정이 이뤄지면 중·후순위로 투자한 국내 금융사들은 손실을 볼 수도 있다.

다만 금감원은 “EOD가 발생했다고 해서 전액 손실이 발생한다고 할 수 없다”면서 “향후 투자자간 대출조건 조정, 만기연장, 대주변경 등을 통해 EOD 해소가 가능하며 자산매각시에도 배분 순위에 따라 전액 또는 일부 투자금 회수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금감원 “해외부동산 투자 규모, 금융권 총자산 대비 0.8% 불과”

금감원은 “국내 금융회사가 해외 부동산에 투자한 규모는 총자산 대비 1% 미만으로 금융회사의 양호한 자본비율 등 손실흡수 능력을 감안할 때 투자 손실이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과도한 불안심리도 경계했다.

실제 지난해 9월말 기준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잔액은 금융권 총자산(6800조9000억원)의 0.8% 수준에 불과하다. 이 기간 은행의 BIS 기준 총자본비율은 16.61%, 보험사 지급여력비율은 224.2%, 증권사 순자본비율은 740.9%를 기록하는 등 손실흡수능력도 충분하다는 평가다.

금감원 관계자는 “향후 해외 부동산시장 악화 가능성에 대비해 적정 손실 인식 및 충분한 손실흡수능력 확충을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은 금융회사의 손실반영 및 충당금 적립 등 리스크 관리 실태를 점검하고 손실 및 부실 우려 자산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 강화를 위해 금융회사 및 금감원 해외사무소 등과 연계한 신속보고체계를 운영키로 했다. 만기가 임박한 자산에 대한 금융회사의 대응계획도 선제적으로 파악해 관리할 방침이다.

한편 임대형 해외 부동산 투자 공모펀드는 21개로 설정액은 2조3000억원으로 이중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규모는 1조9000억원으로 파악됐다. 21개 공모펀드 중에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펀드는 8개로 설정액은 9000억원으로 일부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도 불가피해 보인다.

[서울=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