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일자리 만들어 고령사회 걱정 덜어야[기고/이소정]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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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정 남서울대 휴먼케어학과 교수
이소정 남서울대 휴먼케어학과 교수
우리의 삶에서 ‘일’은 많은 의미를 가진다. 피로와 보람이 있고 불안과 자긍심이 있으며 애환이 서려 있다.

학교교육을 마친 후 우리는 절대적인 시간을 일을 하며 보낸다. 먹고살기 위해 하는 일이지만 직장 동료가 가까운 벗이 되기도 하고, 경력이 쌓이며 성장해 가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우리 삶에서 일이란 경제적 소득원일 뿐 아니라 관계, 역량 향상, 자존감 등 다차원적인 의미를 갖는다.

노인 일자리 사업은 일이 가지는 여러 의미 중 특별히 ‘소득’의 의미가 강조되는 정책으로 발전했다. 도입 초기(2004년∼) 주요 대상은 소득 수준이 낮고 숙련된 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노후 준비가 미비한 노인으로 이들의 소득 보충에 초점을 둬 운용됐다. 도입 당시 2만5000여 개에 불과하던 노인 일자리는 지난 20년간 80만 개가 넘는 규모로 확대되고 투입 예산도 조 단위를 넘어서는 등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동시에 질 낮은 일자리에 혈세를 낭비한다며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그렇다면 양질의 일자리는 무엇일까. 높은 급여를 받는 것인가, 아니면 지속적으로 일하는 것인가. 대체 단순하지 않은 일이란 어떤 일인가.

2024년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인구는 1000만 명대에 진입한다. 전체 인구의 19.4% 수준이다. 특히 ‘신노년’이라 부르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 약 697만 명이 60대에 진입한다. 이들은 교육 수준이 높고 디지털 활용 능력이 뛰어나며 사회 참여 욕구도 강하다. 생산연령인구 감소 등 사회적 변화와 맞물려 이들이 지속적으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인 일자리 사업이 변화해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한 이유다.

지난 7월 정부는 ‘제3차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 종합계획’을 통해 향후 5년간의 정책목표를 ‘노년기 자아실현’과 ‘노후 소득 보장’으로 제시했다. 노년기와 자아실현의 조합이 낯설지만 바야흐로 ‘백세 시대’이지 않은가. 더욱이 의술의 발전으로 노년기에도 건강하게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는 만큼 그간의 경륜을 바탕으로 다시 한번 자아실현에 도전할 시간과 여건도 충분하다.

또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는 노인들이 그 활동을 통해 자신의 역량을 향상시키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함으로써 자아실현을 할 수 있음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다.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 노인 일자리 수를 103만 개로 확대하고 수당도 인상하는 예산안을 발표했다.

2024년 노인 일자리 사업의 새 장을 열어갈 주인공을 이달 말까지 모집한다. 계획을 세우고 예산을 배정해도 주인공이 없으면 텅 빈 무대에 불과하며 사회적 지지와 관심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관객 없는 공연일 수밖에 없다.

노인 일자리 사업 참여는 경제적으로 불안한 노인에게 따뜻한 위로가 될 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가치를 갖는다. 무료한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될 수 있고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높아진 자존감은 가족 및 사회관계도 개선시킬 수 있다.

초고령사회의 목전에서 여전히 심각한 노인 자살과 소외, 고독의 해법은 가까이에 있을 수 있다. 부디 12월이 노인 일자리 사업에 대한 관심과 지지로 포근해지길 바란다. 우리는 모두 노인이 된다. 결국 ‘미래의 나’에 관한 일임을 잊지 말자.

이소정 남서울대 휴먼케어학과 교수
#공기업감동경영#공기업#노인#고령사회#일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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