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경험 트렌드로 변화하는 청년 해외 취업[기고/이우영]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2월 20일 03시 00분


코멘트
이우영 한국산업인력공단이사장
이우영 한국산업인력공단이사장
올해는 파독(派獨) 광부 ‘60주년을 맞는 해’이다. 1963년부터 1980년까지 대한민국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독일 각지의 광산으로 떠난 수는 7900여 명에 이른다. 1963년 파독 광부 500명 모집에 4만6000여 명이 지원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영화 ‘국제시장’에서 청년 주인공 윤덕수(황정민)가 힘겹게 쌀가마니를 들어 올리는 모습은 온 가족의 생계를 어깨에 짊어진 그의 간절함이다.

선배 청년들의 헌신과 노력으로 오늘 대한민국은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1964년 1인당 국민총소득 120달러에서 2017년 첫 3만 달러 시대를 열었다. 지난해 해외 진출 기업의 수는 1만1000개를 넘었고, 2021년에는 최초로 실리콘밸리 1호 대한민국 유니콘 기업도 탄생했다.

산업 기반이 전무하고 국가의 체계적인 교육 및 직업훈련 시스템의 개념조차 없던 그때는 저숙련 일자리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개발도상국에서 출발하여 선진국 문턱에 오르기까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그들의 도전이 있었기에 우리의 꿈을 현실로 이룰 수 있었다. 우리는 이들을 ‘퍼스트 펭귄’이라 부른다.

산업 구조와 기술의 변화는 일자리를 바라보는 생각과 시선을 동시에 바꾸어 나간다. ‘평생직장’에서 ‘평생 직업’을 거쳐 지금은 ‘디지털 노마드’ 시대로 접어들었다. 또한 과거와 달리 한 개인이 가진 역량은 전통적인 학위, 자격을 넘어 다양한 일 경험 및 직업훈련 이력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자리를 바라보는 청년의 인식도 변했다. 다니는 회사가 자신과 맞지 않거나,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면 즉시 ‘퇴사’를 선택한다. ‘일’을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경험과 투자를 위해 새로운 일의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디지털 문화에 친숙하고, 초거대 인공지능에 능숙한 지금의 청년은 이미 디지털 가상 세계에서 전 세계를 누비며 다양하고 차별화된 ‘국제시장’을 경험해 가고 있다. 그들은 글로벌 경험과 체험을 통해 자신의 경쟁력을 높이는 새로운 기회를 갈망하는 세대이다. 이런 청년들에게 해외 취업은 국경을 넘어 일자리 영토를 넓히고 성장을 위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

일자리가 없어 ‘그냥 쉬고 있는’ 15세이상 29세 미만의 청년이 34만6000명에 달하는 최근 통계청 발표자료를 보며, 중요한 건 청년이 하고 싶은 ‘일’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경험과 체험’ 중심의 ‘일·경험 취업’ 프로그램을 더욱 확대해 나가며 세계를 무대로 그들이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도록 돕고 있다. “글로벌 일·경험은 내 지평을 정말로 넓혀 줬다고 생각했다. 새로운 것들과 내가 삶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라는 한 청년의 고백이 우리 시대 모든 청년의 소망이 되길 기대한다.

이우영 한국산업인력공단이사장
#이우영#청년#취업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