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놀라도, 주스도?… 세계에 울리는 초가공식품 주의보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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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 NOW]
첨가물 많은 ‘초가공식품’ 논란… 콜롬비아, 초가공식품에 추가 세금
코로나19 거치며 가공식품 늘어… 시리얼-요거트도 “건강에 악영향”
해외선 표시 라벨 부착 주장도, 국내에는 정보 부족… 경각심 가져야

식품의 본래 상태에서 크게 벗어난 식품일수록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다양한 첨가물을 넣은 초가공식품에 대한 경각심이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 뉴시스
식품의 본래 상태에서 크게 벗어난 식품일수록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다양한 첨가물을 넣은 초가공식품에 대한 경각심이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 뉴시스
“건강관리를 위해 매일 아침 요거트에 그래놀라를 올려 먹어요.”

요즘 직장인들의 흔한 아침식사인 요거트와 그래놀라. 전문가들은 ‘건강을 지킬 수 있다’고 믿는 이 같은 식사가 건강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왜? 요거트는 가공식품이고 그래놀라는 초가공식품(ultra-processed foods)이기 때문이다.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탕후루도, 시판 오렌지 주스, 뮤즐리, 시리얼도 모두 초가공식품이다.

뭔가 배신감이 밀려들지 않는가? 올해 11월 1일 콜롬비아에서는 나트륨 함유량이 많고, 초가공을 거친 식품에 세금을 부과하는 ‘정크푸드법’을 세계 최초로 도입했다. 처음 세율은 10%, 내년에는 15%로 올리며, 2025년에는 20%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초가공식품을 겨냥해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나타난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을 겪으며 우리 일상 음식이 많이 달라졌다. 파우치만 뜯어 끓이면 금세 완성되는 소고기 미역국, 황태 해장국 같은 간편식부터 가성비 넘치는 편의점 도시락, 냉동 만두, 냉동 피자 등 전자레인지에 돌리거나 끓이기만 하면 되는 제품이 많아졌다. 모든 식품 기업이 너 나 할 것 없이 더욱 편리한 제품들을 출시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편리하면 편리할수록 식품을 가공하는 강도는 더 높아지고, 식품을 가공하면 할수록 초가공식품에 가까워져 이러한 식품들은 우리 건강에 썩 좋은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다.

초가공식품은 브라질의 한 보건대에서 처음 만들어진 식품 분류 체계(NOVA)에 따라 불려진 이름이다. 인공 착향료, 유화제, 착색제, 방부제, 대체 감미료 등 첨가물이 들어간 식품을 초가공식품으로 분류한다. NOVA는 식품을 크게 △과일, 채소, 견과류, 계란, 생선 등의 비가공식품 △기름, 버터, 식초, 설탕, 소금 등 가공을 최소화한 요리 재료 △훈제고기, 치즈, 빵, 맥주, 와인 등 가공식품 △가공식품에 첨가물을 넣은 초가공식품 등 네 가지로 분류한다. 초가공식품이라고 대단한 불량식품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탄산음료, 에너지음료, 아이스크림, 과자, 대량 생산된 빵, 케이크는 물론이고 치즈, 과일 주스, 위스키, 진, 보드카 등 사람들이 평소 즐겨 먹고 좋아하는 식품들이 대부분 해당한다. 유럽에서는 시판용 이유식이나 유아식도 초가공식품으로 분류한다.

전문가들은 초가공식품에 들어가는 첨가물이 우리 주변에서는 쉽게 보기 어려운, 사실상 화학 물질에 가깝다는 점에 주목한다. 비가공식품 본래의 상태에서 벗어나 있고, 추출물만 남아 있는 식품이라는 것이다. 브라질 과학자 페르난다 하우베르는 “대부분의 초가공식품은 음식이 아니다. 그것은 산업적으로 생산된, 먹을 수 있는 물질”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초가공식품은 특히 달콤한 단당류를 많이 함유하고 있어 문제로 꼽힌다. 단당류는 짧은 시간에 도파민 분비를 하도록 해 술이나 담배와 비슷한 수준의 중독이 일어날 수 있다. 또한 비가공식품을 먹는 사람보다 하루 평균 500Cal를 더 섭취하도록 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특히 한국인은 나트륨 섭취가 많은 나라 중 하나인데, 초가공식품에는 권장 섭취량을 한참 뛰어넘는 나트륨이 포함된 경우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고혈압, 심장질환 등을 야기한다는 연구 결과도 속속 나오고 있다.

태국의 과일 주스 브랜드 ‘도이 캄’은 아이스크림을 상온에서 유통하고, 집에 가서 얼려 먹는 제품을 선보였다. 언뜻 ‘아이스크림을 상온 보관할 수 있다니, 획기적이다’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오랫동안 상온에 보관해도 괜찮으려면 얼마나 많은 첨가물을 넣었을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몇 년 전부터 초가공식품의 위험성에 대해 다룬 다큐멘터리가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한국 소비자들이 잘 인식하고 있지 않은 분야다. 영국에는 소비자들을 위해 초가공식품을 판별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이 있다. 서구권에서는 식품에 가공 정도를 나타내는 라벨을 붙이자는 주장도 활발히 나오고 있다. 다양한 초가공식품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 속에서 소비자들은 이를 현명하게 걸러내고 식단을 계획하는 것이 중요하다. 식품회사들의 마케팅에 휩쓸리지 않고 경각심을 가질 필요도 있다.

김유경 푸드디렉터
#초가공식품#첨가물#시리얼#요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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