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택시업계 간담회…“원론적 입장만 또 재확인”

  • 뉴시스
  • 입력 2023년 11월 13일 15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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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모빌리티, 택시 업계와 간담회
카카오택시 가맹·수수료 체계 개선 요구
류긍선 대표 "사업 재검토" 원칙론만 밝혀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카카오모빌리티의 류긍선 대표는 13일 어느 때보다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그러나 카카오모빌리티의 개선책을 놓고는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해 카카오모빌리티의 혁신이 과연 가능할지 주목된다.

이날 오전 류 대표는 경기 성남시 백현동 알파돔타워 카카오모빌리티 본사에서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과 홍은택 카카오 대표, 이진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 등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및 임원 20여명이 참석한 공동체 비상 경영 회의를 주재했다. 오후에는 곧바로 서울 강남구 선릉로 소재 전국택시연합회관으로 자리를 옮겨 택시업계 간담회에 참석했다.

그러나 류 대표는 이날 간담회에 앞서 기자들을 만나 ‘재검토’나 ‘노력하겠다’는 원칙론적 입장만 밝혔을 뿐 여기서 더 진일보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아직까지 류 대표는 물론 김범수 센터장이 사태 파악을 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류 대표는 이날 간담회에 앞서 “택시 단체 분들의 말씀을 많이 듣고 처음부터 서비스를 다시 만든다는 마음으로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며 “수수료 체계 개편 등 우려를 불식할 방안을 마련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류 대표는 이어 간담회에서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과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 택시 업계 주요 단체들과 카카오택시 개편 방안을 논의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현재 ▲매출 부풀리기 등 분식회계 의혹 ▲경쟁 택시 플랫폼 콜 차단 및 자사 가맹 택시 콜 몰아주기 ▲독과점과 과도한 수수료 등 여러 문제로 창립 이래 최대의 위기를 겪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까지 “카카오 택시 횡포가 매우 부도덕하다”고 비판하자 그제서야 업계와 대화에 나서며 대책을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이날 택시 업계는 ‘카카오모빌리티 사업개선 제안서’를 통해 카카오 택시의 가맹 모집 체계 및 수수료 체계 개선, 목적지 미표시 일반택시로 확대 등을 요구했다.

우선 현재 카카오 택시의 가맹 택시 모집은 카카오모빌리티의 자회사 케이엠솔루션이 지역단위 가맹모집책과 계약을 통해 진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택시 노조 지역본부의 영향력이 약화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한다. 택시 업계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가맹 사업본부를 법인택시와 개인택시로 구분하고, 법인택시는 택시 노조가 운영하는 가맹사업자를 통해 가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택시 업계는 전국 택시에 일관된 수수료 체계를 수립해 현재 무분별하게 운영되는 방만한 수수료율 개선과 지역 가맹사업모집책 특혜 의혹을 제거해야 한다고 밝혔다.

케이엠솔루션을 통해 가맹사업자의 택시 운행 매출의 20%를 받고 이후 차량 운행 데이터 제공 및 광고 마케팅 참여 조건으로 15~17%의 제휴 비용을 돌려주는 편법 운행(매출 부풀리기)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목적지 미표시와 콜 몰아주기, 강제 배차 등도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 카카오모빌리티는 가맹택시(카카오T 블루)에는 목적지를 표시하지 않지만, 일반택시에는 목적지를 표시한다. 이 때문에 이용자는 웃돈을 주고 ‘콜 골라잡기’가 없는 가맹택시를 이용하는 실정이다. 택시 업계는 일반택시에도 목적지 미표시를 확대하고, 강제 배차도 없애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날 일부 택시 단체에서는 카카오의 택시 가맹사업 철수까지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이용자와 택시를 연결하는 중개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가맹 사업을 통해 직접 택시까지 운영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가맹택시에 대한 콜 몰아주기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271억원의 과징금도 부과받은 바 있다.

이에 대해 카카오모빌리티는 저렴한 수수료 체계 구체화 및 현실화, 가맹택시 사업구조 원점 재검토, 다른 택시 플랫폼에 카카오 T(택시) 플랫폼 개방 등의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올해 말까지 각계 의견을 수렴해 실행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 가맹사업 철수까지 요구하는 택시 단체 요구를 모두 수용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한다. 올 상반기에만 225억원 순손실을 기록한 상황에서 업계가 내건 조건을 모두 받아들이면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모빌리티 기업공개(IPO)를 기대하던 투자자에게는 이미 재앙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며 “택시 업계와 상생을 이루면서, 수익을 낼 방법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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