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보는 눈은 못 빌려”…‘한국형 우주망원경’ 필요한 이유

  • 뉴시스
  • 입력 2023년 11월 2일 15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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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세계 최대 광학망원경 GMT 확보…우주망원경 시너지 필요
렌즈 구경·파장·주요 임무 등 두고 논의 개시…빠르게 준비 마쳐야

우리나라도 허블, 제임스웹 같은 우주망원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학계 의견이 계속되고 있다. 수년 내 세계 최고 수준의 지상망원경을 한국이 보유하게 되는 만큼 이와 발맞춰 대기층의 방해없이 우주를 지켜볼 파트너가 필요하다는 전망이다.

황호성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2일 진행된 ‘한국과학기자협회-YKAST 포럼’에서 한국형 우주망원경의 개발 현황 및 전망에 대해 진단했다.

◆30년 넘은 허블도 현역…대기 영향 없는 우주망원경, 우주 관측에 필수

우주망원경은 우주 관측, 연구에 있어서 필수적이다. 지상에서는 아무리 뛰어난 성능의 망원경을 개발한다 하더라도 지구를 둘러싼 대기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 대기층은 별을 비롯한 천체가 보내오는 빛을 산란시켜 뿌옇게 보이게 만들어버린다. X선, 감마선, 적외선 등 파장의 빛은 지상까지 내려오지도 못한다.

발사된 지 30년 이상 지난 허블 우주망원경이 아직까지 현역으로 활약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수십년 후 기술로 만든 지상망원경보다 허블이 더 선명한 별의 사진을 찍어내고 있다. 우주 개발 경쟁 시대에 접어든 상황에서 우주 망원경 만큼 확실한 ‘눈’을 지상에서 만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에 우리나라 천문학계에서는 꾸준히 우주 망원경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타국이 보유한 우주망원경을 빌려쓰는 것은 원칙상 불가능하거나,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는 만큼 자체 보유 장비가 있어야만 원활한 연구가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우리나라는 이미 지상망원경은 다수 보유하고 있다. 이에 더해 오는 2029년 칠레에 완공될 예정인 세계 최대 광학 망학경(구경 약 25m)인 ‘거대 마젤란 망원경(GMT)’의 지분 10%를 확보해 매년 1달 가량 GMT 이용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우주망원경의 필요성이 커지는 것은 지상망원경과 우주망원경의 역할이 다르기 때문이다. GMT는 일반적인 구경 3m 수준의 지상망원경보다 100배 어두운 천체를 더 넓은 범위에서 관측할 수 있다. 다만 아무리 성능이 뛰어나더라도 대기의 영향을 받는 만큼 이를 보완할 우주망원경이 필요하다. 즉, 어둡고 희미한 천체는 GMT로 찾아내고, 찾아낸 천체에 대한 세부 연구가 필요할 때는 우주망원경으로 추가 관측을 진행하는 식으로 서로를 보완해줄 수 있다.

◆선도국 대비 30%인 韓 우주망원경 기술…“빠르게 시행착오부터 겪어야”

이같은 시급성에도 불구하고 한국형 우주망원경 연구사업은 아직 뚜렷한 진전이 없다. 미 항공우주국(NASA)가 주도하는 ‘SPHEREx’ 우주망원경 제작에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천문연구원만이 해외 파트너로 참여하긴 했으나, 독자 개발은 윤곽조차 나오지 않았다.

아직 한국형 우주망원경을 두고는 제원, 연구 목적, 활용 파장 등을 두고 학계의 제안을 받고있는 상황이다. 천문연에서도 우주망원경 기획연구를 개시해서 어떤 망원경을 개발할 지 연구를 시작하고 3년여 뒤 결과물을 공개할 전망이다.

황호성 교수에 따르면 현재 한국형 우주망원경의 제원은 구경을 기준으로 0.6m, 1.5m, 3.0m 등 3개 안이 논의되고 있다. 파장 종류도 자외선, 가시광, 근적외선, 중·원적외선을 모두 검토 중이다. 어떤 방식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망원경의 주요 임무가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1.5~3.0m 구경의 자외선 망원경은 블랙홀 질량, 백색왜성 등 고에너지 천체, 은하간물질 등 연구에 활용될 수 있다. 반면 0.6~1.5m 광시야 가시광선·근적외선 망원경은 시간영역천문학, 은하진화 및 우주론 연구 등에 유용하다. 천문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릴 수밖에 없는 셈이다. 현재 우리 천문학계에서는 한국형 우주망원경의 임무를 은하연구, 외계행성 탐사 등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가장 큰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현 시점에서는 가장 작은 구경 0.6m 우주망원경도 우리나라만의 자체 기술로 띄워올리는 것조차 불가능하다는 게 학계의 판단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우주망원경 관련 기술은 선도국 대비 30% 수준에 그친다.

우주기술과 지상기술의 가장 큰 차이점은 비교적 제약이 적은 지상기술과 달리 우주기술은 완전히 검증을 마치지 않으면 우주로 쏘아올릴 수가 없고, 실험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국제협력의 경우에도 관련 기술이 자국 국방과 연관돼있는 만큼 기술 이전 등을 받기 어렵다.

결국 우리나라가 직접 자체 기술 개발을 위해 무수한 시행착오를 겪어야만 한국형 우주망원경을 제대로 만들 수 있는 셈이다. 부족한 시간 내에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있는 만큼 학계와 정부, 국회 등이 협력해 빠르게 연구개발에 나서야 한다는 게 황 교수의 제안이다.

◆제임스웹·로먼 등 최신 우주망원경 잇달아 쏘는 美…中도 자체 우주망원경+심해망원경 구축

이미 우주 선도국들은 압도적인 성능의 우주망원경을 운용하고 있다. 허블의 뒤를 이어 지난 2021년 발사된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대표적이다. 제임스웹은 허블은 관측할 수 없는, 더 멀리 있는 오래된 천체를 찾아낼 수 있다. 또한 지상망원경이나 허블과 달리 적외선 영역을 주로 관측하고 있다.

제임스웹은 임무 수행을 시작한 이후 다양한 성운, 행성, 은하 등의 선명한 모습을 지구로 보내오며 ‘인류가 만든 최고의 기계’라는 찬사까지 받았다. 또 나사는 제임스웹의 뒤를 이을 ‘낸시 그레이스 로먼 우주망원경’을 2026년 발사할 예정이다. 로먼 망원경은 허블이나 제임스웹과도 비교되지 않는 가장 넓은 영역의 우주를 관측하고, 우주 곳곳에 숨어있는 외계행성들을 찾아내는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도 독자 개발 우주망원경 ‘쉰톈(巡天?CSST)’을 올해 중 발사할 계획이다. 허블보다 약 300배 넓은 범위를 허블에 준하는 해상도로 관측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중국 유인우주공정판공실(CMSEO)의 분석이다.

우주망원경과 지상망원경의 시너지가 우주연구에 있어 가장 중요한 만큼 중국은 해저 3.5㎞ 심해에 세계 최대의 중성미자 망원경 ‘트라이던트’ 구축까지 추진할 예정이다. 빛이 아닌 중성미자를 감지하는 망원경을 통해 우주의 기원과 암흑물질 구조 등을 파악한다는 목표다.

황 교수는 “미국에서는 우주망원경 등의 개발 기간·예산 등에 따라 임무를 소·중·대형으로 분류하고 있다. 제임스웹처럼 10년 이상의 기간 동안 1조원 이상을 쏟아붓는 경우 대형 임무에 해당한다”며 “우리나라도 제임스웹 같은 우주망원경을 만들 예산, 기술력, 의지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논의를 통해 어떤 망원경이 가장 필요한지 따지고 빠르게 준비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성남=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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