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 쌓인 저축銀, 새 주인 안보여… 고객들 “내 돈 괜찮나” 불안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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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10곳 이상 사실상 매각 대상
연체율 상승-실적부진에 인기 뚝
일부 “인근 저축銀과 통폐합 고민”
예금보험공사 “예금주에 영향 없어”

지난해 말 한 저축은행의 1년 만기 특판 예금 상품에 가입한 직장인 A 씨(40)는 예금을 해지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예금을 맡긴 저축은행이 올해 경영권 매각을 추진한다는 언론 보도를 접했기 때문이다. A 씨는 “저축은행의 주인이 바뀌면 예금 계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까 불안한 마음에 해당 은행에 문의도 해봤다”며 “예금 만기가 끝나는 대로 시중은행으로 자금을 옮길 예정”이라고 말했다.

저축은행의 경영권 매물이 쌓여가고 있지만 연체율 상승, 실적 부진 등으로 새 주인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해당 저축은행 예·적금 상품에 가입한 금융소비자들의 근심도 커지고 있다. 다만 금융권에선 저축은행이 파산하지 않는 한 소비자가 받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상상인, 상상인플러스, 애큐온, 조은, 한화저축은행 등이 경영권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회계법인 고위 관계자는 “수년 전부터 팔기를 희망하는 대주주까지 포함하면 최소 열 곳 이상이 매물이라고 봐야 할 것”이라며 “비수도권 저축은행의 경우 팔고 싶어도 매수 문의가 없어 못 파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원래 저축은행은 중견기업들이 탐내는 매력적인 매물 중 하나였다. 진입 장벽이 높은 업종인 데다 금융업이라는 상징성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기준금리가 급격히 인상된 지난해부터는 정반대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로 연체율이 치솟고 실적도 부진해지자 저축은행을 인수하겠다는 기업이 자취를 감춘 것. 올해 6월 말 기준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연체율은 4.61%로 3월 대비 0.54%포인트 상승했다. 올해 상반기(1∼6월)에는 962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1년 사이 적자로 전환했다.

한 지방 저축은행 관계자는 “대주주가 경영권을 팔길 바라고 있으나 여의치 않아 인근 저축은행과의 통폐합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저축은행 고객들 사이에선 매각 관련 불확실성으로 예치해 둔 자산에 문제가 생길까 염려하는 기류가 엿보인다. 올해 6월 말 기준 매각을 검토 중인 저축은행 5곳(상상인, 상상인플러스, 애큐온, 조은, 한화)의 계좌 수는 총 54만4961개다. IB 업계에서 매물로 거론되는 저축은행까지 포함한 계좌 수는 100만 개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선 예·적금 가입자 등 저축은행 소비자들이 받는 영향은 제한적이라 보고 있다. 매각 시 저축은행의 자산이 모두 새로운 주인에게 양도되기 때문에 고객 입장에서 체감할 만한 변화가 없다는 얘기다. 예금보험공사 관계자는 “저축은행 매각, 저축은행 간 합병 등의 사안은 예금주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저축은행을 이용하기 전에 대주주의 재무 상태, 평판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상상인그룹에 저축은행 매각을 지시한 것은 대주주의 위법 행위 때문이었다”며 “상품 가입에 앞서 대주주의 신용등급, 특이사항을 살펴보는 게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저축은행#매각 대상#연체율 상승#실적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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