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수 59조 ‘펑크’… 오차율 14.8% 역대최대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9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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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추경편성-국채발행 안해”

정부가 올해 59조 원의 세수 펑크를 공식화했다. 올해 예산을 짤 때 내놨던 전망치에서 14.8% 어긋났다. 세수가 부족했을 때만 놓고 보면 역대 최대 오차율이다. 정부는 기금 여윳돈 등으로 추가경정예산 편성 없이 세수 부족을 메운다는 방침이다.

기획재정부는 18일 올해 세수를 재추계한 결과 국세 수입이 341조4000억 원 수준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는 올해 예산을 편성할 때 전망했던 400조5000억 원보다 59조1000억 원 적은 규모다. 세수 오차율은 14.8%로, 세수 관련 통계를 전산화한 1990년 이후 세수 결손 기준으로 최대 오차율이다.

특히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급감하면서 법인세가 기존 추계보다 25조4000억 원(24.2%) 줄어든 79조6000억 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자산시장 위축 등의 영향으로 양도소득세와 상속증여세도 각각 12조2000억 원(41.2%), 3조3000억 원(19.5%) 줄어들 것으로 추산됐다.

세수 부족이 현실화되면서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에 주는 지방교부세와 17개 시도교육청에 주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도 총 23조 원가량 줄어든다. 이들은 법인세 등 내국세의 40% 정도를 자동으로 떼어 주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부족한 세수는 국채 발행 없이 24조 원 안팎의 기금 여윳돈으로 메울 계획이다. 전년도 세금 중 쓰지 않고 남은 세계잉여금 약 4조 원 등도 활용한다.

경기 침체에 법인-양도세 38조 급감… 정부 “외평기금 20조 활용”


[올해 세수 59조 펑크]
글로벌 경기악화-부동산 침체 여파
세수 부족분의 43%, 법인세서 발생
기금 활용 등 비상수단 총동원… 정부 "빚 내는 추경은 없다"
정부는 올해 국세 수입이 기존 전망보다 59조 원 넘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면서 전체 세수 부족분의 43%가 법인세에서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양도소득세까지 약 12조 원 줄어들어 법인세와 양도세만 38조 원 가까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됐다. 정부는 1000조 원을 넘어선 국가채무를 고려해 국채 발행 없이 기금 여윳돈 등으로 세수 부족을 메우기로 했지만 결국 빚을 돌려 막는 임시방편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 ‘어닝 쇼크’에 법인세만 25조 원 부족

18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3년 세수 재추계 결과에 따르면 올해 법인세는 79조6000억 원 걷힐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전망보다 25조4000억 원 줄어든 것으로, 이는 올해 전체 세수 부족분(59조1000억 원)의 43%에 달하는 규모다. 지난해 걷힌 법인세와 비교해도 24조 원이 적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해 4분기(10∼12월) 이후 대외경제 여건이 급격히 악화되며 예상을 상회하는 ‘어닝 쇼크’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코스피와 코스닥 전체 상장사의 올해 2분기(4∼6월) 영업이익은 10조9000억 원으로 지난해 2분기보다 65.8% 줄었다.

양도세 역시 17조5000억 원에 그쳐 기존 추계보다 12조2000억 원(41.2%) 부족할 것으로 예상됐다. 올 1∼7월 주택 매매 거래량이 32만3000채로 1년 전보다 7.7% 줄어든 영향이 크다. 법인세와 양도세에서만 당초 전망보다 37조6000억 원이 모자란다. 전체 세수 부족분의 63.6%에 이른다.

이 밖에 국내 경기 부진이 이어지면서 부가가치세와 관세도 당초 전망을 밑돌 것으로 추계됐다. 부가세는 73조9000억 원이 걷혀 기존 추계보다 9조3000억 원(11.2%)이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 관세도 3조5000억 원(32.3%)이 줄어든 7조3000억 원이 걷힐 것으로 예상된다. 부가세와 관세에 영향을 미치는 수입액은 올 1∼8월 전년보다 12.1%(누계 기준) 줄어 감소 폭이 당초 전망치(―1.0%)를 크게 웃돌았다.

● ‘환율 대응’ 기금 활용해 부족한 세수 대응

역대급 세수 펑크가 현실화하면서 정부는 기금 여윳돈과 세계잉여금 등으로 빚을 내지 않고 부족한 세수를 메우기로 했다. 올해 편성된 예산 중 쓰지 않고 남는 불용(不用) 예산도 활용한다. 지난해 불용 예산은 7조9000억 원이었다. 정부는 “세수 부족에도 불구하고 올해 예정된 지역 민생·경제활력 지원 사업들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정부는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에서 20조 원을 끌어올 계획이다. 외평기금은 환율이 급등락하면 달러나 원화를 사고팔아 환율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지난해부터 치솟은 원-달러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해 외환당국은 달러를 팔고 원화를 사들여 왔고, 이에 따라 외평기금은 지난해 269조4000억 원까지 불어났다.

일각에선 세수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외환 방파제’를 허물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신중범 기재부 국제금융국장은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충분한 여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특히 내년에는 원화 외평채 발행을 통해 필요시 추가로 재원 투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기금 여윳돈 활용이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정부의 불가피한 궁여지책”이라며 “결국 빚을 이연시키는 셈이어서 올해뿐만 아니라 내년까지 세수 부족 문제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대규모 세수 부족으로 정부 재정의 경기 대응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달 내놓은 ‘세수 오차의 원인과 개선 과제’에서 “당초 예상치 못했던 세수 결손이 발생하는 경우 이를 보전하기 위한 대규모 세출 감액 등은 재정 기조의 급격한 전환으로 나타나 재정 정책의 거시 경제 안정화를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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