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유통업법, 소비자 혜택 막는 낡은 규제”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8월 31일 03시 00분


코멘트

한국경쟁법학회 세미나 열어
“유통채널 다양해져 ‘갑’지위 사라져
판촉행사 줄며 소비자들 되레 손해”

“10년 전 대규모유통업법이 만들어질 당시와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가 있지만 법은 그대로입니다.”(홍대식 한국경쟁법학회장·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12년 도입된 대규모유통업법이 최근 한국의 유통환경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경쟁법학회는 3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대규모유통업법의 법체계적 지위와 주요 쟁점’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편의점, TV홈쇼핑, 백화점, 온라인쇼핑, 체인스토어, T커머스 등 6개 유통협회가 모였다.

대규모유통업법은 납품업체에 대한 대형 유통사의 불공정 거래 행위를 막기 위해 2012년 도입됐다. 백화점, 대형마트 등 대규모 유통업자들이 자본과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영세 납품업자에게 판촉비 대납, 배타적 거래 강요 등 불공정 행위를 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10년 전보다 유통 채널이 다양화하면서 납품업체에 대한 우월적 지위가 약해졌지만 여전히 ‘갑’으로 규제받는다고 지적했다. 온라인 유통이 활성화하면서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공간 독점은 사실상 사라졌다고 주장한다. 대규모유통업법상 판촉비를 50% 이상 분담해야 한다는 의무 때문에 유통업체들이 판촉 행사 규모를 줄이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소비자 혜택이 줄어드는 셈이다. 대규모유통업법이 다양한 판매 전략을 가로막고 소비자에게 돌아갈 혜택을 줄이는 ‘킬러 규제’라는 지적도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한국 외에는 대규모 유통업체를 노려 규제하는 법을 채택한 국가가 없다”고도 했다.

대규모유통업법이 독과점 지위에 있는 대기업 납품업체까지 ‘을’로 보호한다는 점도 지적됐다. 판례를 보면 대기업, 중소기업을 구별하지 않고 납품업체는 유통업체 대비 ‘을’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대규모유통업법 적용 대상에 ‘가맹거래법상의 가맹본부’가 포함되는 바람에 편의점 가맹주(소상공인)가 대기업 식품 제조사보다 우월한 시장 지위를 가진 것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신영수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거래상 지위를 남용한다는 개념이 모호해지면서, 정부 등의 과도한 개입을 야기하는 현행법을 경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대규모유통업법#한국경쟁법학회#유통환경#소비자 혜택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