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공장 짓는 TSMC “인력 확보 힘겹다”… 현지 강성노조와 갈등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8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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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美공장 숙련인력 못구해”
가동 미루고 대만인력 투입 태세
애리조나 노동계, 비자 거부 요청
TSMC “2000명 채용” 勞 달래기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미국 애리조나주 첨단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 건설과 관련해 현지 노동계의 반발에 직면했다. 해외 기업들의 미국 내 대형 투자에서도 ‘노조 리스크’가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21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TSMC는 지난달 애리조나 공장 가동 시기를 내년에서 2025년으로 연기하면서 ‘숙련 인력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TSMC는 이후 대만에서 숙련 인력을 조달하겠다며 미국 정부와 비자 관련 논의를 시작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무노조 경영’을 유지해 온 TSMC 관리자들이 과거 미국에서 직원 관리에 어려움을 겪었던 정황이 있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올 2월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TSMC 전직 엔지니어는 “반도체 제조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기술이 아니라 인사 관리”라며 “미국인은 관리하기가 가장 어렵다”고 말했다. 미국인을 교육한 다른 TSMC 직원들은 “대만 근로자는 시키는 대로 무조건 따르지만 미국 근로자는 더 나은 방법이 없는지 묻고 도전했다”고 전했다.

애리조나주 노동계는 TSMC의 본국 인력 조달 움직임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애리조나 근로자 4000여 명이 가입한 노조 ‘애리조나 파이프 트레이드 469’는 TSMC의 비자 요청을 거부할 것을 촉구하는 청원을 시작했다. 애리조나 건설무역협회 회장은 지역매체 기고를 통해 “TSMC가 인건비가 저렴한 외국인 근로자를 데려오기 위해 건설 지연을 핑계로 대고 있다”고 비판했다.

TSMC는 뒤늦게 노조 달래기에 나섰다. 최근에는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구축 중인 파운드리 공장에 케이트 가예고 미국 피닉스시장을 초청했다. 애리조나 공장은 TSMC가 지난해 400억 달러(약 53조6720억 원)를 투입하겠다고 밝힌 곳이다. 현재 건물 구조 건설은 모두 마친 상태로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클린룸(청정실)과 첨단 장비를 설치 중이다.

가예고 시장은 공장을 둘러본 뒤 “TSMC의 투자는 피닉스를 가장 진보한 반도체 글로벌 허브로 만든다”며 “TSMC가 건설 및 엔지니어링 산업 인재를 채용하는 데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TSMC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이 소식을 전하며 “현지 공급업체가 2000여 명의 현지 근로자를 채용하고 있다”며 “공급업체와 협력해 지역 일자리 기회를 창출하는 한편으로 지속가능한 공급망 구축에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소통 움직임은 지역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며 노조에 유화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미국의 노조는 한국과는 다른 방식의 강성’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미국에 투자한 한 기업 관계자는 “미국 투자 부지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 중 하나가 강성 노조 여부”라며 “전미자동차노조(UAW) 등은 자금 동원력이나 지역 정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상 이상”이라고 말했다.

반도체지원법(Chips Act)의 영향으로 늘어난 미국 내 반도체 투자에 비해 숙련된 인력 공급이 마땅치 않은 미국 내 상황도 어려움을 키우고 있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에 따르면 2030년 미국 반도체 산업 일자리는 약 46만 개로 늘어나는데 일할 근로자는 6만7000명가량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석·박사급 인력 1만7400명을 포함한 엔지니어가 2만7200명가량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 등 국내 기업들도 TSMC의 행보와 그에 따른 미국 내 여론을 잘 살펴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미국#공장#tsmc#인력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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