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덮친 ‘히트플레이션’… 물가-성장률에 악영향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8월 12일 01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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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기획] ‘지구 열대화’ 시대, 폭염이 바꾼 글로벌 보험 시장
경제 위험으로 떠오른 폭염
극한 기후에 식량 부족 등 위험
‘폭염이 성장 억제’ 전망 잇따라

극한 폭염이 글로벌 경제 전반에 구조적인 위험 요인이 되고 있다. 뜨겁게 달아오른 지구가 식품 물가를 끌어올리는 ‘히트플레이션’(열+인플레이션) 현상이 본격화돼 결국 전 세계 성장률을 끌어내릴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폭염으로 인한 만성적인 신체 위험이 2100년까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을 최대 17.6% 위축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폭염이 글로벌 경제의 성장을 가로막는 중대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저스틴 맨킨 미국 다트머스대 지리학과 교수 연구팀은 지난해 5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게재한 논문에서 기후변화와 슈퍼엘니뇨가 결합한 폭염의 영향으로 2023∼2029년 최소 3조 달러(약 3954조 원) 규모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황유선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은 “글로벌 폭염 현상은 물류 및 생산 차질, 전력 및 식량 부족 위험을 더욱 확대시킨다”며 “경제 성장에 추가적인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한국도 폭염과 관련된 위험에서 더 이상 자유롭지 않다. 기상청에 따르면 9일 기준 올해 폭염일수(하루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날)는 15일로 30년 평균(8.8일)을 훌쩍 넘어섰다. 이에 따라 전국 각지에서 온열질환 환자 수도 급증하는 추세다. 질병관리청이 응급실 표본조사를 시작한 5월 20일부터 8월 8일까지 발생한 온열질환 환자 수는 총 2085명이었다. 관련 표본조사를 시작한 2011년 이후 세 번째로 많은 수치다. 환자 중에서 사망한 사람은 27명으로 2018년(48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이렇다 보니 경제 상황이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폭염이 부정적인 변수가 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폭염으로 인해 전반적인 물가가 상승하고, 이것이 소비를 위축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따른 물가 변동분을 제외해 산출하는 ‘근원물가’는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1∼7월 누계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근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4.5% 상승했다. 이는 외환위기였던 1998년 1∼7월(6.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1∼7월(4.2%)과 비교해도 높았다. 통계청 관계자는 “물가 상승 기여도 측면에서 보면 외식 물가를 필두로 개인 서비스 분야의 기여도가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외식 물가가 높아진 건 채소를 필두로 한 원재료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이달 첫째 주 배추 10kg 도매 가격은 1만6171원으로 한 달 전(5649원)보다 약 186% 상승했다. 무 20kg 가격도 2만997원으로 지난달 초(1만30원)에 비해 109%가량 높아졌다. 장마철 직후 이어진 전례 없는 폭염으로 농산물 가격이 치솟은 것이다.

문제는 하반기로 예정된 공공요금 인상, 폭염 및 태풍으로 인한 작황 부진, 유가 상승 압박 등으로 연말에도 물가 상승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한국은행도 6월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근원물가의 상승 위험이 적지 않은 상황이며 목표 수준(2.0%)을 웃도는 오름세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폭염이 계속되면 소비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소비가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으면 정부가 목표로 하는 성장률(1.4%) 달성도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히트플레이션#물가#성장률#악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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