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솟값 치솟는데 곡물가도 들썩…물가 진정세에 잇단 악재

  • 뉴시스
  • 입력 2023년 8월 1일 05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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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로 상추·시금치·수박 등 농산물 가격 '껑충'
흑해곡물협정 중단에 곡물 가격도 다시금 요동
밀크플레이션·국제유가 등 물가 악재 수두룩

지난달 기록적 폭우가 쏟아지면서 농작물과 가축 피해로 장바구니 물가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국제 곡물가도 인상 조짐을 보여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하향 둔화세인 물가 상승률이 하반기 2%대로 진정될 것이란 기대와 달리 대내외 악재에 요동치는 모습이다.

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상추(적) 100g에 2479원으로 한 달전 1071원과 비교해 131.3% 뛰었다. 같은 기간 시금치는 100g에 928원에서 2153원으로 132.1% 올랐다. 오이(가시계통)는 10개에 9631원 하던 것이 1만3788원으로 43.2% 상승했다. 애호박은 1개에 1228원에서 2177원으로 77.2% 뛰었다.

대표적인 여름 제철과일인 수박은 한 달전 2만원을 넘지 않던 것이 2만3756원으로 올랐다. 평년 이맘때면 가격이 안정될 시기지만 폭우 피해로 크게 오르고 있다. 참외도 한 달새 15%가량 올라 10개에 2만원(1만9875원)은 줘야 살 수 있다.

여름 보양식으로 수요가 많은 닭고기는 1㎏당 1년 전 5700원대던 것이 6400원을 바라본다. 지난해보다 공급량이 줄어든 상황에서 집중호우로 90만 마리 가까운 닭이 폐사하면서 가격이 뛰었다.

농축산물 가격은 당분간 계속 오를 것이란 분석이다. 장마가 끝났지만 폭염이 이어지면 농작물 생육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닭과 오리 등 폐사 가능성도 높다. 태풍이 상륙하면 추가 피해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국내 상황과 맞물려 러시아가 지난달 중순 흑해곡물협정 연장에 거부하면서 국제 곡물 가격도 다시금 요동치고 있다.

지난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곡물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국제 곡물 가격이 급등했었다. 전쟁 전 t당 200달러 후반대 수준이던 밀 가격은 전쟁 발발 등으로 두 배에 달하는 500달러대를 넘어섰다.

같은 해 7월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항로를 열어주는 흑해곡물협정 체결로 점차 하락하며 올해 초에는 전쟁 이전 수준까지 안정세를 찾았다.

하지만 러시아가 흑해곡물협장 중단을 선언하며 국제시장에서 밀과 옥수수 등 주요 곡물 가격이 들썩인다. 국제통화기금(IMF)는 흑해곡물협정 파기로 전 세계 곡물 가격이 최고 15%가량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부는 국내 제분용 밀을 비롯해 식용·사료용 콩, 옥수수 등 주요 곡물의 국내 사용량 3~4개월분을 민간이 비축하고 있고, 계약 완료분까지 고려하면 반년치를 확보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 곡물시장 불안에 대비해 수입선 다변화를 통해 안정적인 공급망도 갖춘 상태여서 당장 국내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으로 평가했다.

다만, 흑해곡물협정 중단이 곡물 공급 리스크로 작용해 수출 비용 상승이 불가피하고, 장기화될 경우 국제 곡물 시장 불확실성을 증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농축산물을 가격 폭등과 국제 곡물 시장 불안이 가중되면서 가까스로 하향 안정세에 접어든 물가가 다시금 상승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7%를 기록하며 21개월 만에 2%대에 진입하는 등 최근의 물가 상승 둔화세는 하반기 물가 안정 기대감을 키웠지만 폭우 피해와 국제 곡물 시장 불안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여기에 상승세를 타고 있는 국제유가와 지난 주 ℓ당 88원(음용유 기준) 인상이 확정된 원유 가격 역시 10월로 적용 시기를 늦추긴 했지만 하반기 물가 상승압력이 분명해 보인다.

따라서 정부는 먹거리 물가 안정을 위해 가격 급등세를 보이는 시설채소와 닭고기 등 농축산물 수급 안정 방안으로 상추 등 재파종 비용과 출하장려비 등을 지원해 생산과 출하를 확대한다.

닭고기 할당관세 물량 3만t을 이달 중 들여오고, 병아리 입식을 위해 종란 500만개를 수입한다. 가격이 급등한 품목을 지정해 20~30% 수준의 할인 지원도 10개 품목으로 확대·시행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장바구니 물가 부담을 덜기 위해 농축산물 할인을 확대하는 등 가격 안정 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세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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