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의 마켓뷰]올 하반기 채권 수요 안정적 전망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7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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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전문위원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전문위원
최근 크레디트 채권 시장의 관심사 중 하나는 은행채 발행 증가에 따른 수급 부담 발생 여부다. 지난해 한전채와 함께 은행채 약세 발행 경향이 나타나며 회사채나 여전채 수요를 잠식하는 ‘구축효과’가 발생한 트라우마가 있기 때문이다. 신용도가 좋은 은행채가 약세 발행을 하면서 발행 금리도 높아지면 채권 수요가 은행채로 몰리는 경향이 있고, 이렇게 되면 신용도가 은행에 비해 떨어지는 회사채나 여전채 수요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올 들어 은행채는 만기 도래 물량보다 발행 물량이 적은 순상환 기조를 보이다가, 5월에 만기 도래 물량보다 발행 물량이 많은 순발행 기조로 전환됐다. 은행채 순발행 전환은 가계대출이 4월 이후 증가세로 전환한 데 기인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서울 주요 지역 주택 가격이 30% 정도 하락한 후 급매물이 소화되는 과정에서 15% 정도 반등하면서 가격 매력이 약화됐다. 6월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상승 전환하면서 주택 매수 세력의 관망 기조 전환이 예상된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약화되고 그 결과 은행채 순발행 규모도 줄어들 것으로 분석된다.

그리고 금융당국이 월별 만기 도래분의 125% 이내로 발행을 규제하고 있는 은행채에 대해 7월부터는 관리 기준을 월별에서 분기별 만기 도래분으로 완화할 계획을 밝혀 은행채 부담을 줄일 것으로 판단한다. 매달 발행 한도에 쫓겨 은행채 수요가 약해도 발행을 불사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벗어나 은행채 수요에 맞춰 발행 시점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면서 은행채 약세 발행 현상이 억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금융당국은 은행채 약세 발행을 자극할 수 있는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LCR) 규제의 단계적 정상화 강도를 낮췄다. 과거 사례를 보면 시중은행들은 통상적으로 규제 환경 변화 등에 따라 규제 준수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상황에 봉착하고 은행채 발행을 통해 규제 준수 해법을 찾을 수 있는 경우, 금리를 불문하고 은행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을 최우선 순위로 두곤 했다.

즉, LCR 규제 준수가 목적인 경우 은행은 은행채 약세 발행을 불사하면서 자금을 조달해 고유동성 자산을 매입하는 경향을 보여 왔다. 금융당국은 채권 시장에 미치는 부담을 고려해 7월부터 92.5%에서 95%로 상향 조정되는 LCR 규제에 대해 연말까지 95%를 적용해 당초 예상 수준(9월까지 95%, 연말까지 97.5%)보다 단계적 정상화 강도를 낮췄다. 이는 은행채 약세 발행 가능성을 낮추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

또 작년 구축효과 발생의 주범이었던 한전채도 하반기에 순발행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한전은 발전 연료인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하락과 전기요금 일부 인상 조치로 5월부터 역마진이 해소된 상태다. 작년 12월부터 하락하기 시작한 LNG 가격의 한전 전력구매단가 반영에 수개월의 시차가 있는 점을 고려하면, 역마진 해소 기조가 하반기 중 보다 강화되고 적자를 메우기 위한 한전채 발행 필요성도 줄어들 것이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올해 하반기 은행채와 한전채발(發) 구축효과 발생 가능성은 낮고, 회사채와 여전채는 상대적 금리 매력을 유지하면서 수요 확보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전문위원
#채권#수요#안정적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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