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가 품어야 할 뜻과 정신 몸소 실천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7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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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기업가정신 진주 국제포럼]
K-기업가정신 본보기 GS그룹 허만정 창업주
3·1운동 후 진주여고 설립
광복 후 새로운 나라 건설 참여

허만정 GS그룹 창업주 동상. GS그룹 제공
허만정 GS그룹 창업주 동상. GS그룹 제공
GS그룹의 뿌리는 경남 진주시 지수면 승내리에 있다. 이곳에서 400년간 터를 잡고 살던 허씨 문중은 만석꾼 집안이었다. 철저한 근검절약 정신으로 부를 축적해 경남 고성, 의령, 사천 등지에 2만 석의 농토를 소유했다. 일제강점기에는 독립운동을 후원하며, 교육을 통해 민족정신을 수호하는 데 앞장섰다. 그 중심에 GS그룹의 산파 구실을 한 허만정 창업주가 있다. 그는 1897년 승내리에서 허준 선생의 3남7녀 중 차남으로 태어났다. 허준 선생은 고종 재위 당시인 1886년 진사에 급제해 1903년 비서원 승지에 오른 인물이다.

허 창업주는 우국지정이 깊은 허씨 가문의 자제답게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이 남달랐다. 구한말 전국을 돌며 시대 변화를 두루 살피던 중 1919년 서울에서 3·1만세운동을 경험하고 “국가를 지키기 위한 첩경은 교육밖에 없다”는 신념을 갖게 됐다. 1920년 고향으로 돌아온 뒤 부친을 설득해 거액을 희사(喜捨)받아 진주일신고등보통학교 설립을 주도했다. 일제 총독부의 방해로 남자 고등보통학교 설립은 실패했다. 차선책으로 1925년 진주여고의 전신인 진주일신여자고등보통학교를 설립해 후학을 양성했다.

그는 독립을 위해 애쓰는 한편 국가경제 발전에도 앞장섰다. 일본 도쿄 유학생회에 장학금을 기탁했고, 1914년 영남 대지주들과 함께 부산에 백산상회를 열어 상해임시정부에 독립자금을 공급했다. 광복 후 1945년 9월 7일 오세창, 김성수, 윤일선 등의 주도로 열린 새로운 국가 건설을 위한 범국민 토론대회인 ‘500인 국민대회’에 함께했다. 1947년 1월 부산 소재 락희화학공업사 창업에 참여해 오늘날 LG그룹의 기틀을 마련하는 데 일조했다.

일생 동안 국가를 위해 헌신하고, 가문과 가정에 충실했던 그는 6·25전쟁 당시 기관지 천식을 앓던 중 1952년 2월 26일, 향년 55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짧은 생을 사는 동안 기업가가 품어야 할 뜻과 정신이 무엇인지 몸소 보인 허만정은 오늘날 K-기업가정신의 성공모델로 꼽히고 있다.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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