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물질’로 지방간 등 체내 진단 정확성 높인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5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표준연, 의료영상기기용 표준물질 개발
여러 장비별 측정값들의 비교기준 마련
진단 임상시험 신약개발 등 폭넓게 활용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안전측정연구소 의료측정팀이 체내지방 측정의 기준이 되는 유화 표준물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제공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안전측정연구소 의료측정팀이 체내지방 측정의 기준이 되는 유화 표준물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제공
일반적으로 간에서 지방이 차지하는 비율이 5%를 넘으면 지방간 진단을 받는다. 하지만 체내지방을 측정하는 자기공명영상(MRI) 기기의 종류에 따라 측정값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 같은 사람일지라도 방문하는 병원과 측정 기기에 따라 체내지방 측정치가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표준연)은 체내지방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의료영상용 표준물질 개발에 성공했다고 23일 밝혔다. 표준연이 개발한 의료영상용 표준물질은 ‘의료영상기기용 무계면활성제 유화 표준물질(유화 표준물질)’이다. 이는 체내지방의 정량적 측정에 대한 새로운 기준으로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화 표준물질의 개발을 총괄한 표준연 조효민 책임연구원은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 등 체내지방으로 인한 각종 만성질환 관련 임상시험을 진행할 때 의료영상기기의 정량적 측정값에 대한 기준이 없다는 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며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위해 여러 다른 장비에서 측정된 정량값을 비교할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료계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유화 표준물질을 개발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체내지방을 비침습적으로 측정하는 방법으로 MRI를 많이 활용하고 있지만 각 병원에서 사용하는 영상 장비와 촬영 방식이 달라 결과값에 대한 객관성을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의료 전문가들은 의료 현장과 의료기기 개발에 유화 표준물질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신뢰할 수 있는 객관적 결과값 도출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환자에 대한 더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화 표준물질은 환자의 정확한 진단을 위한 기준점으로 작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임상시험 및 신약 개발, 의료기기 제조, 신소재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게 활용될 수 있다. 이번 유화 표준물질의 개발에 협업을 진행한 서울아산병원은 유화 표준물질의 적극적 활용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국산 표준물질의 개발 및 보급을 위해 2020년부터 ‘상용표준물질 개발·보급’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간 우리 산업계에서 필수적인 표준물질 223종을 개발했고 이를 기업, 연구기관, 학교 등에 보급했다. 표준물질들은 시험, 장비 교정, 연구, 교육 등에 활용되고 있다. 아울러 표준물질의 체계적인 관리와 원활한 보급 등을 위해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과 ‘표준물질 종합정보시스템(i-RM, https://i-rm.kr)’을 구축했다. 이 시스템은 상용표준물질 개발 및 보급 사업을 통해 개발된 표준물질에 대한 정보와 활용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제공한다. 이 외에 시약, 장비 등 공급품 관리 기능과 연구정보 검색 기능도 갖추고 있다. 이러한 시스템을 통해 국산 표준물질과 관련된 정보를 공유하고 표준물질 비즈니스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국내외 표준물질의 비교시험 정보 등을 제공함으로써 국산 표준물질의 우수성과 신뢰도를 높여나갈 계획이다.

국가기술표준원 진종욱 원장은 “품질과 성능 측정, 인증의 기반이 되는 표준물질의 개발과 활용은 대한민국 산업 경쟁력 제고에 반드시 필요하다”라며 “앞으로 정부는 표준물질 개발과 이를 활용한 분석방법에 관련 국제표준화를 선도하면서 시험인증지원 정책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표준물질#체내 진단 정확성#한국표준과학연구원#의료영상기기용 무계면활성제 유화 표준물질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