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인니 황금알 노선 잡아라” 항공사들 경쟁… LCC도 가세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4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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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항공회담 앞두고 운수권 경쟁
국내 대기업 현지 진출 잇따르고
인니, 관광객 유치로 수요 급증
“추가 확보땐 항공료 최소 30% 인하”

“오랜만에 알짜 운수권이 시장에 나왔습니다.”

두 달 앞으로 다가온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항공회담과 관련한 한 항공사 임원의 말이다. 이 회담에서 한국∼인도네시아 노선 운수권(취항 권리)이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전통적으로 여행 수요가 많은 인도네시아는 최근 국내외 기업들이 다수 진출하면서 비즈니스 수요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국내 항공업계에서는 운수권 확보를 위한 ‘총성 없는 전쟁’이 이미 벌어지고 있다.


1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한국과 인도네시아 정부는 6월 항공회담에서 기존 주 23회였던 운수권을 확대하고, 양국 지방 공항을 포함해 노선을 다변화하는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네시아 측도 한류 열풍으로 한국에 가고 싶어 하는 젊은 세대들을 위해 항공편을 적극 확대하자고 한 상황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신수도 이전과 경전철 사업 등에 40조 원 이상을 투자하는 등 연평균 경제성장률 5% 달성을 위해 대규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와 모빌리티, 이차전지, 스마트시티 분야 등에서 국내 대기업들도 잇달아 현지로 진출하고 있다. 상용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보는 배경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인도네시아가 2034년 미국, 중국, 인도, 영국과 함께 세계 5대 항공산업 국가로 부상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른바 ‘텐 발리(10 bali)’를 강조하고 있다. 글로벌 관광지인 발리와 유사한 여행지를 여러 곳 발굴해 관광 인프라를 갖추겠다는 것이다. 여행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돼 항공사들은 인도네시아 노선에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다.

현재 인도네시아를 오가는 국내 항공사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뿐이다. 인천∼자카르타 노선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인천∼발리 노선은 대한항공만 취항했다. 그런데 인도네시아 노선이 늘어날 가능성이 열리자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사활을 거는 분위기다.

제주항공은 5월 18∼19일 인도네시아 대표 관광지인 마나도와 바탐에 전세기를 띄운다고 밝혔다. 제주항공 설립 이후 첫 인도네시아 운항이다. 특히 마나도와 바탐 취항은 국내 항공사 중 최초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9월 인도네시아 북술라웨시주와 교류 활성화 협약을 맺었고, 최근엔 인도네시아 제1공항공사와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운수권 확보를 위한 밑그림을 다지고 있다.

티웨이항공은 지난해 도입한 대형 항공기 A330-300을 앞세워 운수권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다른 LCC들과 달리 많은 승객과 대량의 화물을 한 번에 실어 나를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에어부산은 부산∼인도네시아 노선 등 지방 공항을 중심으로 한 신규 노선 확대 명분을 앞세울 것으로 보인다. B787-9 대형기를 속속 도입하고 있는 신규 항공사 에어프레미아도 도전장을 내밀 계획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운수권이 추가로 생기면 항공권 가격이 지금보다 최소 30% 이상은 낮아질 것”이라며 “운수권만 확보되면 인도네시아를 제2의 허브 공항 또는 지역으로 발판 삼아서 다양한 노선 네트워크 확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항공사#운수권 경쟁#l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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