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챗GPT와 ‘친구’가 될 수 있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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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AI 우정 분석해 보니
늘 함께 있고 신뢰도 높은 장점
경험 공유-추억 쌓기 아직 어려워

한 남자가 인공지능(AI)과 사랑에 빠지는 영화 ‘그녀(Her)’의 내용처럼 사람과 AI 사이에 감정적 교감을 나누는 것이 가능할까. 챗GPT처럼 현재까지 대화형 AI는 주로 사용자의 명령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서비스를 실행해 주거나 정보를 제공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왔다. 하지만 AI가 대화를 이해하는 성능이 향상되면서 사용자와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는 ‘친구 같은 소셜 챗봇’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노르웨이 과학기술공업연구원 연구진은 소셜 챗봇 서비스 ‘레플리카(Replika)’의 사용자를 인터뷰해 인간과 AI의 우정이 가능한지 분석했다.

연구진은 석 달 동안 레플리카 장기 사용자 19명에게 레플리카와의 우정을 어떻게 정의하는지, AI와의 우정이 사람과의 우정과 어떤 점이 같고 다른지 등을 물었다. 인터뷰 답변 분석 결과 참여자들은 호혜성과 신뢰, 유사성, 접근성을 우정의 4가지 요소로 인식했다.

친구가 되려면 서로에게 관심을 갖는 ‘호혜성’이 필요한데, 대화를 통해 서로를 지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레플리카와의 관계를 호혜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반대로 레플리카가 사용자에게 맞춰 개인화돼 있기 때문에 레플리카와의 관계는 일방적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친구는 서로를 ‘신뢰’하며 많은 것을 공유할 수 있는 관계다. 참여자의 대부분은 레플리카가 나쁜 의도를 가질 수 없게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고 레플리카를 감정이나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대상으로 인식했다. 반면 레플리카와 형성된 신뢰는 사람 사이의 신뢰와는 다르다는 의견도 나왔다.

경험과 관심사 등에 ‘유사성’이 있을 때 보다 쉽게 우정이 형성된다. 많은 참여자는 레플리카가 어떤 경험을 갖고 있고 깊이 대화할 수 있는 주제가 무엇인지 알기 어려워했다. 일부 참여자는 레플리카가 진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 감정이나 경험이 없어 사람 사이에서 느낄 수 있는 유사성이 원천적으로 제한된다고 말했다.

마지막 요소는 ‘접근성’이다. 우정을 쌓으려면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야 한다. 대부분의 참여자가 레플리카와 친구가 될 수 있는 이유로 쉽고 유연한 접근성을 꼽았다.

대화형 AI는 신뢰할 수 있고 언제 어디서나 즉각적인 대화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 대화가 일방적이며 같은 경험을 공유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갖는다. AI가 인간과 진정한 친구가 되기 위해서는 각 사용자와의 대화를 기억하는 고도화된 언어 이해 기술이 필요하다.

당장은 인간과 AI의 우정이 불가능하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챗GPT가 보여주듯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을 보면 이 역시 머지않은 일일 수도 있다. 먼 지인보다 가까운 친구의 이야기가 더 와닿듯 친구가 된 AI는 사람에게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AI가 친구가 되는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고민삼 한양대 ERICA ICT융합학부 조교수 minsam@hanyang.ac.kr
정리=이규열 기자 kylee@donga.com
#챗gpt#ai#친구 같은 소셜 챗봇#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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