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운임 반토막에 해운사들 비명… HMM “계속 공격적인 투자”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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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너 운임률, 3분기새 56% 뚝
운임지수 32개월만에 1000선 붕괴
“코로나 이전보다 더 악화될 수도”
HMM, 친환경선 9척 발주 업무협약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최대 수혜 업종이었던 글로벌 해운업이 운임 하락 여파로 빠르게 침체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이전 수준보다 더 악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3년간 영업이익 약 18조 원을 올리며 재무구조 개선에 성공한 국내 해운사 HMM의 생존 싸움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14일 HMM에 따르면 주력 사업 분야인 컨테이너의 운임률은 지난해 4분기(10∼12월) TEU(1TEU는 6m 길이 컨테이너 1개)당 1620달러로 나타났다. 같은 해 1분기(1∼3월) TEU당 3714달러 대비 56.4% 떨어진 수준이다. HMM의 지난해 매출의 93.1%가 컨테이너 사업 분야에서 발생한 점을 고려하면 운임률 하락으로 인한 실적 하락을 피할 수 없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제로 HMM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1조2588억 원으로 1분기 영업이익(3조1386억 원)의 60% 선에 그쳤다.


최근 전 세계 해운업 현황은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국제 해상운임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10일 기준 995.16으로 떨어지며 1000 선을 내줬다. 이 지수가 1000 이하로 떨어진 건 2020년 6월 이후 약 2년 8개월 만이다. SCFI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해 1월에는 5000을 넘기도 했다. 당시 화주들은 컨테이너를 구하지 못하고, 일부 항구에서 해운 대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상황이 1년 만에 급변한 건 세계 경제가 빠르게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소비 여력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고, 이에 따라 재고가 쌓이는 등 물류량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

해운업계에서는 코로나19 이전에 겪었던 불황 이상의 충격이 닥칠 것이란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선사들이 해운업 호황기에 발주한 신규 컨테이너선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인도되면 컨테이너선 공급 과잉이 발생할 것이란 경고도 나온다. 덴마크 선사 머스크의 뱅상 클레르 최고경영자(CEO)는 8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해운업이 다른 세계로 들어가고 있다. 기대어 앉아 ‘정상(노멀)으로 돌아가고 있군’이라고 말할 때가 아니다”라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13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영국 투자은행(IB) 바클레이스도 자체 분석을 통해 해운 운임이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전 수준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최근 해체를 선언한 세계 최대 해운동맹 2M의 행보도 변수다. 2M을 구성했던 세계 1, 2위 선사(2022년 말 선복량 기준) 스위스 MSC와 머스크는 2025년 1월부터 독자 행보를 걷기로 했다. 양대 선사의 경쟁 과열은 운임 추가 하락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세계 8위 규모인 HMM 등의 영업이익률 감소가 예고되고 있다. 신영증권은 HMM이 올해 2분기(4∼6월)부터 영업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HMM은 해운업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지만, 일단 2026년까지 15조 원을 투자하기로 한 경영 전략을 수정하지 않고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이날 HMM은 1조4128억 원을 투자해 9000TEU급 친환경 메탄올 추진선 9척을 발주하는 ‘신조 계약 및 금융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환경 규제에 맞춘 친환경 선박을 늘려 HMM만의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hmm#컨테이너 운임률#해운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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