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톡스 5년 전쟁’ 메디톡스 승리…1심 “대웅제약, 제품 생산·판매 금지”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10일 20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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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메디톡스 사옥(왼쪽)과 대웅제약 사옥. /뉴스1
서울 강남구 메디톡스 사옥(왼쪽)과 대웅제약 사옥. /뉴스1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이른바 ‘보톡스 전쟁’에서 메디톡스가 승리를 거뒀다. 법원이 보톡스라 불리는 보툴리눔 톡신 균주의 소유권이 메디톡스에 있음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61민사부(권오석 부장판사)는 10일 “대웅제약의 나보타는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공정을 도용해 개발됐다”고 선고했다. 2017년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이 보툴리눔 균주 및 제조공정을 도용당했다고 소를 제기한 지 5년 4개월 만이다.

이번 판결로 대웅제약은 나보타를 포함한 보툴리눔 독소 제제의 제조와 판매를 할 수 없다. 이미 생산된 독소 제제 역시 폐기해야 한다. 법원은 대웅에게 400억 원의 손해 배상도 명령했다. 판결 이후 대웅제약의 주가는 약 20% 급락했다.

보툴리눔 톡신은 신체 일부 부위를 마취하는 데 사용되거나 주름 개선 등을 위해 미용 용도로 사용되는 독성 물질이다. 독성을 띠기 때문에 국가 간 균주의 이동은 엄격히 금지되며, 균주의 출처 및 제조 신고 등은 국가가 관리한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보툴리눔 균주와 생성공정을 훔쳤다고 주장해오고 있었으며, 대웅제약은 이에 맞서 국내 토양에서 균주를 얻었다는 입장이었다. 재판부는 메디톡스가 제출한 여러 자료를 종합해 대웅제약의 균주가 메디톡스의 균주에서 유래했다고 판단했다.

업계에서는 메디톡스가 제출한 대웅제약 보툴리눔 균주의 염기서열 분석 자료가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 메디톡스는 2019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도 대웅제약을 상대로 소를 제기한 바 있다. 당시 ITC는 대웅제약에 보툴리눔 균주의 염기서열 정보를 제출하라고 명령했고, 대웅제약은 해당 자료를 제출했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당시 제출한 균주 염기서열 정보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했고, 이번 판결에 중요한 근거가 됐다고 알고 있다”고 했다.

이번 판결로 대웅제약의 보톡스 사업에 급제동이 걸렸다. 대웅제약은 판결에 대한 집행정지를 신청하고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만약 집행정지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대웅제약은 나보타 및 보툴리눔 독소 제제를 판매할 수 없다. 지난해 나보타 국내 판매 매출은 약 1400억 원 수준이다. 미국에서의 판매는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나보타 현지 유통사인 에볼루스가 나보타를 판매할 수 있도록 메디톡스와 합의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대웅제약은 유전자 분석 결과만으로는 균주의 유래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당연히 집행정지가 받아들여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보툴리눔 균주는 산소를 싫어하는 혐기성 균이라 공기에 노출되는 경우 산소와의 접촉을 막기 위해 공기 주머니 같은 ‘포자’를 형성해 자기 주변을 감싸는 특징이 있다. 균주마다 포자를 형성하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이를 비교 검증하는 ‘포자 감정’을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민사 소송 전 포자 검증을 진행한 결과 메디톡스 균주와 대웅제약 균주의 포자 형성이 다르게 나타났다”며 “재판부에서 명백한 오판을 했다고 본다”고 했다.

현재 메디톡스는 국내 보톡스 개발 기업인 휴젤과 미국 ITC에서 소송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3월 메디톡스가 소를 제기해 현재 ITC 조사 단계에 있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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