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해외건설 수주실적, 한 자릿수 부진…실망할 단계는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3일 11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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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건설사가 시공한 해외 플랜트 현장. © News1
국내 건설사가 시공한 해외 플랜트 현장. © News1
‘제3의 중동 붐’을 기대하고 있는 해외건설 시장의 첫 출발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1월 해외공사 수주실적이 2007년 이후 역대 최저 수준에 머물렀다. 정부가 범부처 차원에서 해외건설시장 개척에 공을 들이고 있는 가운데 나온 실적이어서 아쉬움을 갖게 한다.

해외건설협회 등 관련 기관에서는 대기 중인 수주물량 등을 감안하면 300억 달러 이상 수주했던 지난해와 2021년의 연초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실망하기에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 기대와 다른 1월 한 자릿수 수주
해외건설협회가 운영하는 ‘해외건설종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올해 들어 3일 오전 10시까지 수주액은 6억903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2007년 이후 동기간 비교에서 역대 최저 수준이다. 협회는 2007년 이후부터 실시간으로 동기간 수주 상황을 비교 분석한 자료를 누리집에 공개하고 있다.

이전까지 동기간 최저 수주액은 2019년으로 12억 달러였다. 그 해의 연간 수주액도 223억 달러에 머물며 2007년 이후 최저 수주액을 기록했다.

올해 수주액을 지역별로 보면 아시아가 3억 2208만 달러로 가장 많았지만 작년 같은 기간(35억 336만 달러)의 9%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이어 태평양·북미가 1억9203만 달러로 2위를 차지했는데, 이는 작년 같은 기간(820만 달러)보다 2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3위는 중남미로, 6859만 달러를 수주해 지난해(3127만 달러)의 2배 이상 증가했다. 4위는 국내건설업체의 전통적인 텃밭으로 여겨지고 있는 중동이 차지했다. 수주액은 5721만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993만 달러)보다 6배가량 커졌다. 하지만 기대에는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이밖에 아프리카(3924만 달러) 유럽(1115만 달러)의 순으로 뒤를 이었다.

공종별로는 건축이 2억2545만 달러로 가장 많았고, 용역(1억4746만 달러), 전기(1억3745만 달러) 토목(8824만 달러) 산업설비(8773만 달러) 통신(397만 달러) 등이 뒤를 따랐다.

● “아직 실망하기엔 이르다”
올해 정부의 해외건설 수주목표는 ‘350억+α 달러’이다. 국토부가 지난달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현 정부) 임기 내 연 500억 달러 수주 달성을 추진하겠다”며 제시한 금액이다.

정부는 이를 달성하기 위해 최근 범부처적인 해외건설 지원단을 조직하고, 국토부 장차관이 중동과 중남미 지역을 순회하며 수주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역대 최저 수준의 수주액은 다소 실망스러운 실적이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이에 대해 “연초에 수주를 예상했던 굵직한 공사들이 하반기로 밀려나면서 연초 수주액이 당초 예상보다 크게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건설시장의 특성상 대형공사 계약이 이뤄지면 수주고는 정상 수준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현재 대기 중인 사업물량 등을 감안하면 300억 달러를 조금 넘게 수주했던 지난해(310억 달러)와 2021년(306억 달러)과 비슷한 속도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며 “1분기(1~3월)까지 수주액을 지켜봐야 올해 목표 달성 여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즉 아직까지 실망하기에는 이르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 들어 3일까지 해외건설공사 수주건수는 76건으로 지난해(68건)보다 12% 늘어났다. 또 시공건수(2023년 2382건·2022년 2139건)나 진출국가(51개·43개) 진출업체(111개·110개) 등은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증가했다.

여기에 대우건설이 3일(오늘) 나이지리아에서 총공사비 5억9000만 달러 규모의 정유시설 보수공사를 수주했다고 발표한 것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이는 해외건설종합정보서비스에 반영되지 않은 물량이기 때문이다.

이 사업은 나이지리아국영석유공사(NNPC)의 자회사인 카두나정유화학(KRPC)이 발주한 것으로, 나이지리아 수도인 아부자에서 북쪽으로 160km 떨어진 카두나 지역에 위치한 기존 카두나 정유시설을 긴급 보수하는 공사다. 대우건설은 이 공사를 수의계약 방식으로 수주했으며, 석유제품 생산을 위한 시운전까지 단독으로 수행할 예정이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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