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과 상생하며 벤처 창업농으로 성장… 농촌에 청년의 꿈이 영근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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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청년농 지원 규모 두배 확대
농식품부 ‘영농정착지원사업’

전북 김제에서 토마토와 감자 농사를 짓고 있는 김기현 씨(31)는 귀농 2년차인 2020년 ‘청년후계농’에 선정됐다. 빈손으로 귀농하다시피 한 그에게 ‘영농정착지원금’은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정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큰 힘이 되었다. 7만 m²에 농사를 지으며 ‘팜큐베이터’ 농장의 어엿한 대표가 된 그는 이제 ‘지속가능한 농업’을 꿈꾼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영농정착지원사업’은 청년들의 농업분야 진출을 촉진하기 위해 2018년 처음 시작됐다. 출범 첫해 1600명의 청년후계농을 선발해 지원했으며 올해 2000명을 선발 지원했다. 2023년에는 4000명을 선발한다. 규모가 두 배로 커진 것이다.

‘2023년 청년 후계농 영농정착지원사업’ 지원대상자 선발을 위한 접수는 이달 26일부터 2023년 1월 27일까지 농림사업정보시스템(www.agrix.go.kr)을 통해 한다. 서류평가(2월), 면접평가(3월)를 거쳐서 3월 말에 지원 대상자를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지원 대상은 독립영농능력 3년 이하(예정자 포함)의 만 18세 이상 40세 미만의 청년으로 건강보험료 산정액(본인부담액 또는 부과액)이 기준중위소득 120% 이하인 청년에 해당한다.

선발된 청년농업인에게는 최대 3년간 월 최대 110만 원의 ‘영농정착지원금’과 ‘후계농자금’ 융자를 지원한다. 월 100만 원이 최대였던 영농정착지원금이 2023년부터 월 최대 110만 원으로 늘어난 것이 특징이다. 농림수산업자신용보증기금 우대보증, 농지임대 우선지원, 영농기술 교육 등도 연계 지원한다. 지원금은 일반 가계자금 또는 농가 경영비 등으로 사용 가능하며 유흥·사치품 구매 등에는 사용할 수 없다.

최대 3억 원이었던 ‘후계농자금’ 지원 한도는 내년에 최대 5억 원으로 상향된다. 상환조건도 5년 거치 20년 상환으로 완화됐으며 금리도 1.5%로 낮췄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를 통해 후계농자금을 이용하는 청년농의 상환부담이 연간 약 45%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농식품부는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내년 1월 청년들을 대상으로 비대면 방식의 권역별 사업설명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박수진 농식품부 농업정책국장은 “그간의 사업성과를 바탕으로 청년들이 농업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농촌에 오래도록 정착하여 성장할 수 있는 관리 방안 마련에도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2023년 청년농업인 영농정착지원사업’의 자세한 내용은 농식품부 누리집(정책자료) 및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농정원)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1670-0255(청년농업인 안내 콜센터)로 문의해도 된다.

“귀농은 지역 어르신들과 함께 하는 것”


전북 남원 ‘꿈꾸는 농부들’ 정성배 대표

‘꿈꾸는 농부들’ 정성배 대표는 2017년 고향인 전북 남원시 운봉읍으로 귀농해 부모님의 상추 농사를 돕기 시작했다.

남원시 운봉읍은 농가 250곳이 상추 농사를 짓고 있는 전국적인 상추 주 생산지이지만 시설은 현대화되지 못했다. 노지재배와 토경재배가 여전히 99%를 차지하고 있었고 연작으로 인한 피해도 많았다.

정 대표는 선도 농가들과 함께 지역의 시설 현대화를 위해 의견을 주고받으며 역할을 찾아갔다. 한 고랑에 6개 모종만 심을 수 있었던 기존의 베드를 8개 모종까지 심을 수 있는 베드로 확장하고 보편화했다. 지역에서 20여 년 동안 재배해 오던 선풍 2호와 선풍 3호 품종도 연작 피해에 강한 선풍 골드 품종으로 바꿨다.

상추 농사를 지으며 장시간 노동으로 어깨나 무릎이 아파 수시로 병원에 가는 지역 어르신들을 보면서 샐러드 상추를 납품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정 대표는 선도 농가들과 함께 ‘지리산 운봉상추 영농조합법인’을 만들어 지역 최초로 샐러드 상추를 계약 재배하고 있다. 7개 농가로 시작된 법인은 현재 10개 농가가 참여하고 있으며 비닐하우스 50동, 1만 평 규모에서 샐러드 상추를 재배하고 있다.

향후 3년 안에 농가 20곳, 10년 안에 농가 100곳이 참여하는 것을 목표로 성상호 대표를 비롯한 선도농들과 함께 한발 한발 나아가고 있다. 최종적으로는 상추 농사를 짓고 있는 지역의 250여 농가가 모두 영농조합에 참여해 지역 농가들이 고강도 노동으로부터 조금이나마 해방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정 대표는 상추 농사로 연 2억5000만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2021년엔 광한루 앞에 ‘카페 광한루’도 열었다. 카페에서는 상추 분말을 넣은 광한루빵과 춘향전빵 등을 판매한다. 카페 광한루의 연간 매출은 1억5000만 원이다.

2019년에는 남원시 용남시장에 버스를 기다리시는 어르신들의 편의를 위해 어르신들의 쉼터 ‘어르쉼’을 만들었다.

어르신들은 쉼터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커피와 음료수를 마신다. 기다리던 버스가 오면 어르신의 이름을 불러주는 프로그램도 개발해 쉼터에 적용했다. 정 대표는 보건소와 협력해 혈압 체크 등 건강까지 관리해 주는 쉼터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정 대표는 농촌의 어르신들이 행복해야 된다고 말한다. 어르신들이 행복한 노후를 보내는 농촌이 청년농들을 영구적으로 머물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험 나누는 창업농 벤처사업가 될 것”


전남 장성 ‘다다채’ 홍서연 대표

“시아버지가 쓰러지셨다는 소식을 듣고 장성으로 내려왔죠. 누군가는 방앗간을 운영해야 했거든요.”

홍서연 대표는 2010년에 시골로 내려왔다. 당시 시부모님께서는 전남 장성에서 방앗간을 운영하다가 건강이 악화돼 남편이 회사를 그만두고 방앗간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홍 대표는 남편과 함께 3년 동안 열심히 방앗간을 운영했지만 쉽지 않았다. 주 고객층인 어르신들도 매년 줄어 새로운 판로를 모색하기 위해 직접 소비자를 찾아다녔다.

그러다 귀농 자금을 지원받아 미숫가루를 가공하는 공장 ‘다다채’를 설립해 지역행사의 직거래 장터부터 서울에 있는 백화점까지 전국을 누비며 판매에 열을 올렸다. 고객들을 직접 만나면서 국산 참기름·들기름에 대한 수요가 많다는 걸 알게 됐고 ‘내고향 참기름’과 ‘내고향 들기름’을 브랜드화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서울에서 도시계획사로 일하던 경험이 제품을 디자인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직접 농사지은 참깨와 들깨로 만든 기름은 고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고 소비자들의 재구매로 이어졌다. 2018년에는 공영홈쇼핑에 론칭돼 참기름 들기름 세트 1000개를 완판했다. 이때부터 참기름과 들기름을 주 생산 품목으로 변경하고 HACCP 인증을 획득했다.

홍 대표의 귀농은 어느덧 12년 차에 이르렀다. 홍 대표 부부가 직접 농사짓는 경작지와 계약 재배를 통해 16만5289m²에 참깨와 들깨를 심고 있다. ‘내고향 참기름’은 연간 2만5000여 병, 들기름은 연간 1만3000여 병을 판매하며 7억 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2020년부터는 미르당이라는 떡카페도 운영 중이다. 400여 평의 야외 정원에서 떡메치기, 바람떡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이 진행된다. 미르당은 장성 관내의 농산물로 음료와 떡을 만들어 판매한다.

홍 대표은 귀농 경험을 웹툰으로 제작하고 있다.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고 싶어서다. 자신처럼 맨몸으로 농업에 뛰어들고 창업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투자와 조언도 해주는 창업농 벤처사업가가 되는 것이 그의 꿈이다.

황효진 기자 herald99@donga.com
태현지 기자 nadi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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