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망 중립성’ 법제화 추진… 업계 “글로벌 흐름 역행” 반발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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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기존 가이드라인으로 충분… 입법땐 유튜브-넷플릭스에 유리”
과기부 “최소한의 원칙 규정 수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통신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망 중립성’ 법제화를 들고나와 통신업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12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내년 발의가 목표인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망 중립성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망 중립성이란 통신사(ISP)가 여러 콘텐츠나 콘텐츠사업자(CP)의 데이터를 전송하면서 특정한 대상을 차별하지 말아야 한다는 원칙이다. 한국은 2011년 제정해 2012년 시행한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 형태로 원칙을 유지 중이다.

통신업계는 법 명문화로 망 중립성이 강화되면 국내 통신망 ‘무임승차’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 글로벌 콘텐츠사업자에 유리해질 것이라며 영국 등에서 규제 완화를 추진 중인 상황에서 한국만 글로벌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유튜브, 넷플릭스 등 글로벌 빅테크를 보유한 미국의 경우 조 바이든 정부는 망 중립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취임 사흘 만에 망 중립성 폐지론자를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에 임명해 망 중립성 폐지를 추진한 바 있다. 트럼프 정부는 공공성을 이유로 인터넷망을 강하게 규제하는 것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유럽연합(EU)은 회원국 전체에 적용되는 규칙 형태로 2015년 망 중립성을 입법해 규제 중이다. 하지만 ‘브렉시트’ 이후 독립 정책 수립에 나선 영국은 통신 규제기관 ‘오프콤’이 상대적으로 유연한 규제를 검토 중인 상황이다. 글로벌 CP와 ISP 간의 대가 지불 문제에 대한 충돌도 현재 진행형이다. 유럽통신사업자연합회(ETNO)는 5월 대형 CP가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상황이 시장 실패라며 정부가 나서 협상을 조정하는 보상체계를 구축할 것을 주장했다.

국내 통신업계 반발에 대해 과기정통부는 최소한의 기본 원칙을 법에 규정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현재 여러 방안을 열어두고 의견을 수렴 중인 상황”이라며 “망 중립성의 기본 원칙 정도는 포함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과기정통부가 연 전기통신사업법 개정 관련 토론회에서 이민석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경쟁정책연구실장은 “망 중립성 위반이나 분쟁이 발생했을 때 실효성 있는 집행, 조정이 가능하도록 최소한의 기본 원칙을 법률로 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통신사들 사이에선 ‘가이드라인으로도 원칙이 잘 지켜지고 있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규제가 될 수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인터넷망 사용료(망 사용료) 입법에 반대하는 일각에서 망 중립성을 명분으로 내세우는 점도 통신업계의 불만을 키운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망 사용료 입법 진척이 없는 상황에서, 10년 넘게 잘 지켜지고 있는 망 중립성 법제화가 굳이 필요한 규제인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 정부와 법원 등은 망 중립성과 망 사용료 분쟁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국회에서 망 사용료 관련 논의는 공회전 중이다. 9월 1차 공청회를 열긴 했지만 이후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못해 2차 공청회 개최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대선 공약을 통해 망 사용료 의무화 법안을 지지했으나 최근 정기국회 중점 법안에서 망 사용료 의무화 법안을 제외했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망 중립성#법제화#과학기술정보통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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