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中의 對韓 직접투자액, 최근 5년 ‘반토막’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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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전 5년 대비 日 56%-中 40% 줄어
일본산 불매운동-사드갈등 등 영향
‘동북아 공급망 재편서 韓 소외’ 지적

일본과 중국의 최근 5개년(2017∼2021년) 한국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액(도착 기준)이 직전 5개년(2012∼2016년)과 비교해 각각 56.4%, 40.0% 줄어들어 사실상 ‘반 토막’이 난 것으로 나타났다. 동북아 3국 간 효율적인 밸류 체인이 흔들리면서 한국 산업경쟁력 유지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본보가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함께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2012년 한국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 중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국가 중 1위인 35.9%였다. 그해 일본 기업 466곳이 38억5000만 달러(약 5조2000억 원)를 한국에 투자했다. 10년이 지난 올해(1∼9월 기준) 일본의 대한국 투자는 95곳, 6억7000만 달러로 전체 외국인투자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7%까지 쪼그라들었다.

중국의 비중은 2012년 1.8%에서 2015년 10.6%로 뛰었지만 올해 1.3%로 다시 주저앉았다. 2016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갈등으로 중국의 경제보복이 본격화됐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산업계에선 최근 10년 사이 한국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 지형도를 바꾼 것은 경제가 아닌 정치·외교적 충돌 영향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본, 중국과 연결된 제조업 기반이 약해지면서 글로벌 공급망 재편 투자에서 한국이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최근 5년 한국의 외국인직접투자액은 747억 달러로 직전 5년의 605억 달러보다 142억 달러(23.5%) 증가했지만 비슷한 경제 규모를 가진 캐나다, 호주, 스페인과 비교하면 크게 못 미치는 성과를 냈다. 국제 비교가 가능한 순유입 기준으로 봤을 때 2017∼2021년 한국의 외국인직접투자액은 653억 달러였다. 같은 기간 캐나다는 1934억 달러, 호주는 1957억 달러로 한국의 약 3배에 달한다. 스페인도 1323억 달러로 투자 유치액이 한국의 2배가량이었다.

日-中의 투자 축소로 상호의존 공급망 흔들… 韓 제조업 타격


日-中의 對韓투자 반토막
수출규제-사드 등 외교적 충돌 여파
“자원-경제안보에 문제 생길 수도… 협력-분업 시너지 위한 노력 필요”



일본 기업들은 한국 시장에 대한 신규 투자를 줄이는 것은 물론 기존 사업도 철수하고 있는 실정이다. 2006년 외국인투자기업으로 구미국가산업단지에 입주한 아사히피디글라스는 2020년 철수 의사를 경북도청에 통보했다. 플랫 패널 디스플레이용 유리제조 기업으로 세금 등 지원 혜택을 받아 왔지만 매출액이 급감하며 2015년경부터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일본 자동차회사 닛산도 2020년 12월 한국시장에서 완전히 물러났다. 닛산은 자사 홈페이지에 “본사는 한국 시장에서 다시 지속 가능한 성장 구조를 갖추기가 어렵다고 판단했다”라고 사유를 밝혔다. 2019년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를 겪으면서 한국 시장에 대한 일본 기업들의 투자가 예전으로 회복되긴 힘들 거란 시각도 있다. 일본산 불매운동 여파 등으로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일본은 한국 투자를 줄이는 대신 북미 지역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KOTRA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 일본의 전체 대외 투자 가운데 43.5%는 북미 지역이었다. 2019년 27.7%보다 15.8%포인트 늘어났다. 도쿄해상홀딩스(31억 달러), 아스텔라스제약(27억 달러)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미쓰비시케미컬도 미 루이지애나주에 1000억 엔 이상 투자해 자동차 등에 사용하는 아크릴 수지원료(MMA) 공장을 설립할 방침이다.


중국 기업의 한국 투자도 줄어드는 추세다. 2015년까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과 한류 등 기대효과로 중국의 외국인직접투자는 17억7000만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보였다. 제주복합리조트 개발과 모바일게임 사업 등 대형 투자가 이어진 덕분이다. 하지만 2016년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에 따른 중국의 경제보복 조치, 2017년 중국 국무원의 해외투자 규제 여파 등으로 투자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지난해 중국의 한국 직접투자는 3억6000만 달러 수준이었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외교충돌로 인한 반일·반중 정서가 큰 상황에서 노동 시장의 비유연성 등 자국보다 못한 경영 환경에 일본과 중국 기업들이 굳이 한국에 올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동북아 3국 간 밸류체인이 무너지면서 한국 제조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재수 전경련 아태협력팀장은 “한국은 여전히 중국에 원재료 대부분을 의존하고 일본에서는 다양한 소재 부품을 사온다”라며 “중일의 투자가 줄며 상호 의존적인 공급망이 무너지면 자원안보, 경제안보 모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같은 기간 유럽연합(EU)과 미국의 한국에 대한 직접투자는 증가했다. 최근 5년간 EU의 한국 투자는 322억 달러로 직전 5년 203억 달러에 비해 58.6% 늘었다. 지난해 독일 기업 딜리버리히어로(DH)가 ‘배달의민족’을 40억 달러에 인수한 게 대표적이다. 반도체장비 업체 네덜란드 ASML도 최근 2400억 원 규모의 ‘뉴캠퍼스’ 기공식을 열었다.


미국의 직접투자도 같은 기간 18.8% 늘었다. 세계 1위 장비 업체인 미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스는 7월 연구개발(R&D)센터를 경기에 짓기로 했고, 반도체 장비업체 미 램리서치도 올 4월 경기 용인시에 R&D 시설을 열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와 배터리 등 일부 산업군에 대한 외국인 투자 흐름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정형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반도체와 배터리 등 한국 산업 경쟁력이 높아지며 한국을 공급망의 중요한 축으로 삼으려 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일본은 제조업 연계 투자가 많다 보니 투자가 줄어드는 게 아쉬운 부분”이라며 “외국인 투자는 오랜 기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관계를 구축하고 적극적인 유치 노력을 해야 가능하다”라고 강조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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