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팬지에겐 없다” 인간이 지닌 특별한 뇌세포 발견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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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유인원 전전두엽 세포 분석
공통적으로 발견 안 된 5종류 찾아
인간에게선 언어 능력 유전자 확인
정신질환 장애 원인 연구에 도움

뇌를 구성하는 세포 대부분이 인간과 유사한 침팬지의 모습.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뇌를 구성하는 세포 대부분이 인간과 유사한 침팬지의 모습.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인간과 기타 영장류의 뇌의 구조는 놀랄 만큼 비슷하다. 아주 작은 차이가 뇌의 기능을 판가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가운데 인간의 뇌에서만 확인되는 특별한 뇌세포가 발견됐다. 이 세포는 발달장애 및 정신질환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확인돼 뇌질환 연구에 널리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위스콘신대는 안드레 소사 신경과학과 교수 연구팀이 인간, 침팬지, 마모셋 원숭이, 마카크 원숭이의 뇌 전전두엽 영역의 세포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8일(현지 시간) 공개했다.

전전두엽은 대뇌 가장 앞쪽에 있는 뇌의 한 층(피질)이다. 오직 영장류만이 갖고 있는 영역으로 감정과 의식 활동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선 연구에 따르면 사람의 뇌는 감각정보를 처리하는 뒤쪽부터 발달하는데 전전두엽은 18∼21세가 돼서야 발달한다. 이 때문에 인간의 정신적 성장이 완성되는 영역으로 여겨진다.

연구팀은 인간과 인간이 아닌 영장류의 전전두엽에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알아내기 위해 총 60만 개 이상의 전전두엽 피질 세포로부터 유전정보를 수집했다. 각 세포를 유형별로 분류한 뒤 유사한 세포들의 차이점을 정밀하게 알아내기 위해 단일세포마다 전사체 검사를 실시했다. 전사체란 일정한 시간과 상황에서 한 세포에 존재하는 모든 유전자 전달물질(RNA·리보핵산)을 의미한다.

분석 결과 인간을 포함한 4종의 영장류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지 않는 다섯 종류의 세포가 발견됐다. 마모셋 원숭이에게서만 발견된 한 세포는 뇌의 정보전달 능력을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간에게서만 발견된 한 세포는 뇌가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정상적인 기능을 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미세아교세포 중 하나로 확인됐다. 이 세포는 인간이 언어 능력을 발휘하는 데 관여하는 유전자 ‘FOXP2’를 보유하고 있었다. 연구팀은 또 특정 세포의 경우 종에 따라 개수의 차이가 크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뇌와 감각기관에서 정보를 옮기는 역할을 하는 뉴런 중 일부는 인간의 뇌에서만 유독 풍부하게 발견됐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인간과 영장류의 뇌 사이 아주 미세한 차이를 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소사 교수는 “이들의 뇌 세포는 분자 수준에서 몇 가지 차이점이 포착됐다”며 “이러한 차이가 인간과 인간이 아닌 영장류의 지적활동 차이로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간만이 가진 뇌 속 세포를 상세하게 분석한 연구 결과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 등 각종 정신질환의 발생 원인을 밝히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소사 교수는 “각 세포들이 뇌의 발달에서 정확히 어떤 역할을 하는지, 다른 세포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등을 확인하면 질환을 앓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의 차이점을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아주 정밀한 ‘뇌 세포 카탈로그’를 통해 전전두엽 피질의 기능과 질병에 대한 향후 연구에서 유용한 자료로 사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후속 연구에서 전전두엽 이외의 다른 뇌 영역에 있는 세포들이 뇌 발달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조사할 계획이다.


박정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hesse@donga.com
#침팬지#인간#뇌세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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