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3000만원 빌려 집 산 직장인, 월 상환액 211만→337만원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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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대출금리, 내년 9% 육박할 듯
1900조 가계빚 부실방지 대책 필요
당정, 청년 전세 특례보증 1억→2억
집값 9억까지 ‘안심전환대출’ 추진

사진은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2022.10.31/뉴스1
사진은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2022.10.31/뉴스1
직장인 A 씨는 2년 전 은행에서 대출 5억3000만 원을 받아 서울 양천구 목동에 있는 12억 원짜리 아파트를 샀다. 주택담보대출 4억3000만 원과 신용대출 1억 원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한 결과로, A 씨는 매달 원리금 211만 원을 갚았다.

그러나 이후 대출 금리가 가파르게 뛰면서 원리금은 이달 303만 원으로 불어났다. 연 2.98%였던 주담대 금리가 5.50%로, 연 3.61%였던 신용대출 금리가 7.48%로 급등한 영향이다. 다음 금리 변동 시점인 내년 5월까지 기준금리가 1%포인트 더 오른다고 가정하면 A 씨의 월 상환액은 337만 원까지 커진다. 2년 반 만에 월 상환액이 126만 원 급증하는 것이다.

계속되는 금리 인상 기조에 1∼2년 전 초저금리 상황에서 ‘영끌’에 나섰던 대출자들과 청년, 서민 등 취약계층의 고통이 더욱 커지고 있다. 대출 금리가 조만간 연 8%를 넘겨 9%에 이를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1900조 원에 육박한 가계부채와 사각지대에 놓인 대출자의 부실을 막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고금리 한파에 영끌족·취약계층 비상

금리 인상의 여파는 ‘영끌족’뿐만 아니라 청년과 서민 등 취약계층을 덮치고 있다. 6일 한 시중은행의 대출자 사례에 따르면 2년 전 전세자금대출 2억 원과 신용대출 5000만 원을 받아 서울에 전셋집을 마련한 B 씨는 최근 월 이자 부담이 2배로 뛰었다. 처음엔 59만 원 수준이던 이자가 118만 원으로 오른 것이다.

국내 기준금리가 4%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상반기(1∼6월)엔 B 씨의 월 이자 상환액이 139만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은행권 전세대출의 93.5%가 변동금리인 데다 전세대출자 10명 중 6명은 상환 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20, 30대 청년층이라 금리 인상에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금리 상승으로 이자 부담이 커진 저소득층이 생활비 등을 마련하기 위해 제도권 금융의 마지노선인 대부업을 찾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 의원이 금융감독원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대부업 이용자의 평균 대출액은 653만 원으로 최근 6년여 동안 가장 많았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가 계속되면 국내 대출 금리도 내년에 9%를 넘어갈 것으로 전망된다”며 “취약계층을 위한 핀셋 지원을 비롯해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을 완화할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당정 “긴급 생계비 소액대출”


국민의힘과 정부는 6일 국회에서 ‘민생금융점검 당정 협의회’를 갖고 ‘긴급생계비 소액대출’ 등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긴급생계비 소액대출은 저신용자들이 급전을 제도권에서 빌릴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기존 ‘햇살론’과 비슷한 정책금융상품이지만 이보다 대출액을 줄이고 대출 요건을 완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당장 30만 원, 50만 원이 없어 생계를 위협받는 취약계층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하는 긴급 대출 성격”이라고 설명했다. 생계비 대출 규모로는 100만 원 안팎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정은 이 같은 정책 서민금융 상품 공급을 현재 10조 원에서 12조 원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또 기존 ‘보금자리론’의 주택 가격과 소득 요건도 완화할 계획이다. 금융 소비자들이 더 낮은 금리의 대출로 손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온라인 원스톱 대환대출 인프라’도 구축한다.

이달 7일부터 가입대상 주택 요건이 ‘6억 원 이하 주택’으로 완화되는 안심전환대출의 가입요건을 내년부터 ‘9억 원 이하 주택’으로 추가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아울러 청년층을 위한 전세 특례보증 한도도 1억 원에서 2억 원으로 늘리는 방안도 검토한다.

서민들의 자동차보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보험사의 손해율, 원가 요인 등 산정 기준도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자동차보험료가 민생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시장 동향과 자율적 기능이 작동되고 있는지 살펴보겠다”며 보험료 인하를 압박했다.


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대출금리#안심전환대출#고금리 한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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