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브랜드 직접 론칭해 판매”…유통업계 PB 열풍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16일 1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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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마진 절감해 수익성 10%까지 높이고 충성 고객 육성

홈쇼핑과 이커머스업계가 자체 패션 브랜드(PB) 사업을 잇달아 강화하고 있다. 기존에는 외부 패션 브랜드를 단순 판매했다면, 이제는 패션 브랜드를 직접 기획하고 판매해 자사 플랫폼으로 신규고객을 유치하고 수익성을 높이려 하고 있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CJ온스타일이 지난달부터 이달 5일까지 지춘희 디자이너와 협업해 내놓은 ‘지스튜디오’와 컨템포러리 브랜드 ‘셀렙샵 에디션’의 주문액은 각각 210억 원, 100억 원으로 나타났다. 모두 전년 동기 대비 40% 이상 오른 수준이다. 이는 지스튜디오 제품을 의류뿐 아니라 신발과 가방 등 잡화까지 확장했고, 셀렙샵 에디션에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고급 원단을 쓰는 전략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PB 수익성이 커지자 홈쇼핑업계는 패션 부문에서 PB 비중을 늘리고 있다. CJ온스타일과 현대홈쇼핑은 2년 새 PB를 각각 4개씩 늘렸다. 지난해 CJ온스타일의 패션 부문 주문금액 중 약 40%를 차지하던 PB 브랜드의 비중은 지난달 60%를 넘겼다.

유통업계가 PB 출시에 공들이는 데에는 신규 고객을 유치한 목적도 있다. CJ온스타일이 4월 선보인 ‘콜마르 골프’ 첫 방송 주문 고객 중 휴면고객과 퍼플고객(신규 및 6개월간 2회 이하 구매)의 비중은 43%에 달했다. 반면 이날 방송한 건강기능식품 구매 고객 중 휴면·퍼플 고객의 비중이 23%에 불과했다. 홈쇼핑업계 관계자는 “홈쇼핑의 주 고객층인 40대 이상 여성은 타사에서 팔지 않는 PB의 희소성을 바탕으로 팬덤 소비 성향을 공략하고 충성 고객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며 “PB로 유입된 고객들은 연관 카테고리도 덩달아 구매한다”고 말했다.

PB를 운영하면서 유통 마진을 절감하는 것도 PB 강화의 배경으로 꼽힌다. 패션업계는 PB의 수익성이 일반 브랜드에 비해 약 10% 더 높아 가성비 있는 가격에 더 좋은 품질을 선보일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디자인부터 생산과 유통 등 독자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폭이 넓기 때문.

이런 이유에서 패션 취급고가 적던 종합쇼핑몰도 PB를 시작으로 패션업계로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티몬은 11일 보더리스 의류 브랜드 ‘아크플로우 스튜디오’를 선보였다. MZ세대부터 기성세대까지 모두 아울러 디자이너 브랜드의 품질로 선보이겠다는 목표다. 일상생활에서 가볍게 입을 수 있는 오버핏 스웻셔츠·셋업·조거팬츠 등이 대표 상품이다. 또 티몬은 스트릿웨어 브랜드 ‘스엣 레이블’과 터틀넥·플리스 등을 앞세운 ‘클로베이스’ 등 PB 라인업을 강화할 예정이다.

홈쇼핑 KT알파 쇼핑도 이달 첫 패션 PB ‘르투아’를 내놓는다. 캐시미어 100% 원단을 사용한 제품을 비롯해 폭스 퍼 구스다운·풀스킨 밍크 롱코트·핀턱팬츠 등 14 종의 가을·겨울 라인업을 선보인다. 정기호 KT알파 대표는 “첫 패션 PB인 르투아는 내년 봄·여름 시즌도 이미 준비 중이다”며 “KT알파 쇼핑은 PB 브랜드 등을 통해 패션 상품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갈 것이다”고 밝혔다.

신세계라이브쇼핑도 신세계인터내셔날과 손잡고 지난달 첫 PB인 ‘에디티드’를 선보였다. 여성 컨템포러리 브랜드인 에디티드는 최고급 소재와 섬세한 디테일의 재킷과 팬츠, 니트 등을 선보인다. 첫 방송에서 에디티드는 어텀 싱글 재킷·세미와이드 핀턱 팬츠·하이 텐션 재킷·V넥 골지 가디건 등을 판매했다.

패션 플랫폼도 PB를 내놓는데 주력하고 있다. 기성 상품을 큐레이션하는 기능을 넘어 직접 패션 브랜드를 디자인해 제작하는 것. 카카오스타일의 지그재그는 PB ‘Z 셀렉티드’를 7일 선보였다. Z셀렉티드의 첫 상품은 ‘울 클래식 재킷’으로 쇼핑몰 ‘로렌하이’의 클래식 싱글 미디 재킷·델라 재킷 등의 디자인을 살리고 원단·색상·바느질 공임 등을 업그레이드했다.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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