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값 폭등해도 납품가 그대로” 식품中企 눈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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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루 40% 등 원재료 연일 급등 “거래 끊길라” 판매가격은 못올려
식품中企 83% “경영환경 악화”
콩-팥 수입도 수요량에 못미쳐 “올겨울엔 붕어빵 사라질수도”

“이달 설탕 값이 오르고 다음 달에 식용유 값이 오르면 그 다음 달 인건비가 오르는 식이에요. 권투로 치면 ‘소나기 펀치’ 맞아서 정신 못 차리고 있는데 ‘어퍼컷’이 다시 날아오는 거죠.”

경기 평택시에서 빵과 떡을 만드는 중소기업 A사 관계자는 이렇게 하소연했다. 이 회사는 대기업 베이커리 체인이나 기업체 급식으로 납품한다. 밀가루 값이 지난해 30% 급등한 데 이어 올해 40% 뛰는 등 최근 원재료 값이 줄줄이 올랐지만 납품가는 그대로다. 가격을 올리면 거래가 끊길까 봐 ‘울며 겨자 먹기’로 버틴다. A사 관계자는 “원재료 가격은 매달 오르는데 제품 가격은 1년에 한두 번 올릴까 말까 한다”며 “영업이익이 급감해도 거래 유지를 위해 일단 감내해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수입 곡물가격 급등세가 이어지면서 대기업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납품하거나 식당, 기업체 단체급식 등으로 납품하는 중소 식품업체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원재료 값은 뛰지만 납품가격이나 판매가격을 바로 못 올리면서 경영난에 처하는 것이다.
○ 원재료 값 뛰는데 제품 값은 그대로
충남의 두부 제조업체는 수입 콩 가격이 최근 15%가량 올랐지만 납품가를 올려 받지 못하는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 코로나19로 전국 5일장이 임시 휴장을 거듭하며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30%로 주저앉은 데 이어 올해 영업이익 급감이 예상된다. 대체로 대기업 제품보다 낮은 가격을 무기로 영업하지만 가격을 올리면 가격 경쟁력에서조차 밀리기 때문에 가격을 조정하지도 못하고 있다. 이는 대형 프랜차이즈가 원재료 값이 줄줄이 뛰자 일찌감치 가격 인상을 단행한 것과 대조적이다. 뚜레쥬르는 이달 80여 제품의 가격을 평균 9.5% 인상했고, 파리바게뜨는 올 초 일부 제품 가격을 평균 6.7% 인상했다.

실제로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전국 213개 식품제조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응답 기업의 82.7%가 ‘경영환경이 악화됐다’고 답했다. ‘원재료 가격 상승에 비해 제품 가격 인상의 어려움’을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은 업체가 절반에 육박(46.0%)했다.
○ 수입 콩·팥 공급도 불안 “붕어빵 사라지나”
올해 수입 콩과 수입 팥 수급이 불안하다는 점도 중소식품업체의 경영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콩, 팥은 정부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등 지정 기관을 통해 직접 수입하는 방식으로 공급량을 통제한다. 한국연식품협동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정부의 수입 콩 공급량은 수요량 대비 38%(3만3000t) 적다. 국산 콩은 수입 콩 대비 가격이 4∼5배에 달해 사실상 대안이 될 수 없다. 수입 팥도 최근 2년 평균 사용실적 대비 공급량이 부족한 상태다.

전국 붕어빵 소상공인, 단팥빵 제조업체, 시루떡집, 찐빵집 등이 소속돼 있는 한국제과제빵협동조합 관계자는 “대기업 제빵 프랜차이즈는 팥 가격이 오르면 단팥빵 말고 소보로빵 등 다른 제품군을 팔면 되지만 우리는 팥 제품만 하기 때문에 충격을 흡수할 방법이 없다”며 “이대로 가면 겨울에 붕어빵이 사라질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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