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자이언트 스텝에…한은 ‘빅스텝’ 가능성 커졌다

  • 뉴시스
  • 입력 2022년 6월 16일 08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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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기준금리를 0.75%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면서 한국은행도 사상 첫 ‘빅스텝’(0.5%포인트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높아지고 있다.

15일 금융시장에 미 연준은 14~15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 목표범위를 0.75~1.00에서 1.50~1.75%로 0.75%포인트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와 미국의 기준금리 차이가 상단 기준으로 기존 0.75%포인트 차이에서 같은 수준이 됐다.

미 연준이 ‘자이언트 스텝’에 나선 것은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 시절인 1994년 11월 0.75%포인트 인상 이후 27년 7개월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의 긴축 속도가 빨라지면서 한국은행 내부에서도 ‘빅스텝’에 대한 고민이 커지고 있다. 한은이 최근 공개한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을 보면 금통위원들은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데는 같은 입장이었지만 속도를 놓고 의견이 엇갈렸다.

한 금통위원은 “당분간 5%대의 높은 물가상승률이 지속되고 내년에도 물가안정목표를 크게 상회하는 물가경로가 전망되는 데다 미국과 주요국들의 가파른 금리인상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통화정책이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기준금리가 중립금리 수준에 근접해 가도록 추가적 조정을 해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위원도 “물가상승세가 확대될수록 향후 보다 긴축적인 정책대응이 불가피하며 이는 결국 향후 더 큰 성장 손실을 수반한다는 점에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며 “우리 경제가 감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기준금리를 빠르게 중립수준으로 높여나가는 것이 중장기 시계에서 거시경제의 안정을 확보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금통위원들이 ‘빅스텝’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선제적 대응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빅스텝’을 시사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0일 창립 72주년 행사에서 “더이상 우리가 선제적으로 완화 정도를 조절해 나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자칫 (금리인상) 시기를 놓쳐 인플레이션이 더욱 확산된다면 그 피해는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빅스텝을 시사한 것이란 평가도 내놨다. 한은이 빅스텝 가능성을 부인해 온 이유가 ‘선제적 금리 인상’ 이었는데 더이상 선제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면 향후 빅스텝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뉴질랜드를 시작으로 캐나다, 호주 중앙은행이 0.5%포인트 인상에 나서는 등 글로벌 빅스텝 행보가 확산되고 있어 국내에서도 ‘빅스텝’을 단행할 당위성도 커지고 있다.

여기에 물가도 급등하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는 전년동월 대비 5.4% 올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8년 8월(5.6%) 이후 13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한은은 물가가 당분간 5%대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인 지난달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도 3.3%로 전달(3.1%) 보다 0.2%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2012년 10월(3.3%) 이후 9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은은 기대인플레이션이 물가를 자극할 것으로 보고 있는 만큼 이달 말 발표되는 6월 기대인플레이션이 더 높아질 경우 고강도 긴축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진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은이 다음달 13일 열리는 금통위에서 ‘빅스텝’을 단행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내 물가 상승세가 기대 이상으로 이어지고 있고, 미국 통화정책 변화까지 고려하면 한은의 빅스텝 인상은 꽤나 열려 있다고 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기대인플레이션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한은의 의지를 감안하면 7월 금통위에서 빅스텝 인상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는 “7월 0.5%포인트 인상한 후 8월, 10월 각각 0.25%포인트씩 인상해 연말 최종 기준금리가 2.75%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서지웅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가계부채나 경기 둔화 우려 때문에 빅스텝을 주저하는 경우가 많은데 물가를 잡기 위해 빅스텝을 해야 할 필요가 커지고 있다”며 “0.25%포인트 올려서는 환율이 더 급등하고, 수입 물가를 끌어올려 국내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말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이 0.5%포인트 올렸다면 우리는 0.25%포인트 올려도 되는 상황이지만, 미국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를 올리면 우리는 0.5%포인트 이상을 올려야 한다”며 “미국 금리와 우리 금리가 어느정도의 갭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1900조원에 이르고 이 중 80% 정도가 변동금리 대출이라는 점에서 ‘빅스텝’이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대출금리가 올라 가계의 빚 부담이 커질 수 있고, 소비 위축으로 이어져 경기도 둔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금통위원은 “우리나라의 가계대출 채무상환부담 상승은 실물경기 회복을 제약할 수 있다”며 “특히 기업대출금리는 기준금리와의 연동성이 강하므로 기준금리의 가파른 상승이 신용위험 증가와 투자위축을 유발할 수 있다는 데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당분간 높은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겠지만, 글로벌 총수요 증가세가 둔화하기 시작한 만큼 향후 기준금리의 인상 속도를 신중하게 조절하면서 성장 손실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 속도조절 필요성을 제기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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