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팔아치운 개미군단, 안전한 예적금으로 몰린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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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자산으로 ‘역머니무브’
동학열풍 주도한 개인투자자… 증시 하락세 이어지자 등 돌려
2%대 회복한 정기예금 인기… 미 연준, 기준금리 인상 예고
단기 상품 가입 후 갈아타기를

게티이미지코리아
게티이미지코리아
《직장인 송모 씨(28)는 최근 1000만 원가량의 주식을 매도해 시중은행 정기예금에 가입했다.

송 씨는 “주식 투자로 손실을 볼까 걱정이 됐다”며 “금리도 계속 오른다는데 안정적인 예금에 투자하는 게 좋을 것 같아 갈아탔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의 긴축 행보와 우크라이나 사태 등의 여파로 증시가 출렁이자 주식, 가상자산 등 위험자산으로 향했던 시중자금이 예·적금 등 안전자산으로 옮겨가는 ‘역머니무브’가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악재들이 쉽게 해소되기 힘든 데다
한국은행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도 예고돼 있어 안전자산을 찾는 투자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활력 잃은 증시… 떠나는 동학개미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5일 코스피는 2,657.13에 마감해 올 들어 10.76% 하락했다. 지난해 6월 3,300 선을 넘어섰던 것과 비교하면 고점 대비 20% 가까이 급락한 수준이다. 증시를 짓누르고 있는 인플레이션 압력과 우크라이나 사태 등이 장기화되면서 증시가 약세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에 따른 비용 증가로 기업 실적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주식 투자 열풍을 주도했던 ‘동학개미’들의 실망감도 커지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올 들어 25조 원 넘게 코스피 주식을 사들였지만 순매수 상위 종목 10개 중 9개의 주가가 하락했다. 대장주 삼성전자도 올 들어 15% 넘게 하락하며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증시도 활력을 잃어가는 모습이다. 이달 유가증권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10조322억 원으로 전년 동기(15조7368억 원) 대비 34.41% 줄었다.

2%대로 올라선 은행 정기예금… 올 들어 12조 원 뭉칫돈


증시가 주춤한 반면 은행권 정기예금으로 옮겨가는 뭉칫돈은 늘고 있다.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22일 현재 703조1330억 원으로, 지난해 말(691조2570억 원)과 비교하면 4개월 만에 12조 원 넘게 급증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에 발맞춰 은행들도 예·적금 금리를 잇달아 올리고 있다. 특히 이달 14일 한은이 기준금리를 1.25%에서 1.50%로 인상한 뒤 5대 시중은행은 수신금리를 최대 0.3∼0.4%포인트 높였다.

이에 따라 1년 만기 기준으로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모두 2%대로 올라섰다. 국민은행의 ‘KB스타예금’ 금리는 연 2.18%, 우리은행 ‘WON 정기예금’은 2.20%, 하나은행 ‘하나의 정기예금’은 2.15%, 신한은행 ‘쏠 편한 정기예금’은 2.10% 등이다. 지방은행인 BNK부산은행도 최근 수신금리를 0.4%포인트 올렸다. SBI저축은행이 예·적금 금리를 0.15%포인트 인상하는 등 저축은행도 금리를 올리며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금리 인상기 만기 짧은 상품 유리”


예·적금에 가입한다면 만기가 짧은 상품을 눈여겨보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어 국내 금리도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많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리 인상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만큼 만기가 짧은 예금 상품에 가입한 뒤 금리가 더 오를 때 다른 상품으로 갈아타는 게 유용하다”고 말했다.

정기예금 가입 기간 중 시장금리 상승에 따라 수신금리가 따라 오르는 ‘회전식 정기예금’을 눈여겨보는 것도 좋다. 예컨대 우리은행의 ‘두루두루 정기예금’은 금리 변동 주기를 1, 2, 3, 6개월 중 투자자가 지정할 수 있다. 지정한 시점마다 시장 상황에 맞춰 금리가 다시 정해지는 구조다. 국민은행 ‘국민수퍼 정기예금’, 농협은행 ‘NH 왈츠회전예금Ⅱ’ 등 은행별로 다양한 회전식 정기예금 상품이 판매되고 있다. 다만 가입 기간이 1년 이상으로 길고 상품 특성상 일반 정기예금보다 금리가 낮다는 점은 단점으로 꼽힌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예·적금 금리는 상승세를 보이는 반면 증시는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다”며 “불안한 주식 투자보다 안정적인 이자 수익을 선택하는 투자자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money&life#기업#역머니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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