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재 두께-색상까지 맞추라니… 中企의 한숨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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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규제강화 추진에 업계 반발

화장품 용기를 제작해 200여 개 기업에 납품하는 A중소기업은 환경부가 포장재 규제를 두께, 색상에도 적용한다는 소식에 걱정이 커졌다. 이 업체는 화려한 ‘궁중 콘셉트’로 인기가 높은 브랜드 용기를 생산해 왔다. 용기 디자인이 브랜드 콘셉트와 직결되는 만큼 일률적으로 포장재를 규제하면 제품 차별화가 어려워져 당장 마케팅도 문제인 데다 새로운 규제에 맞춰 생산 설비도 죄다 바꿔야 한다. A업체 대표는 “정부가 화장품 시장을 키워나갈 의욕을 꺾어버리고 있다”고 했다.

환경부가 최근 포장재의 색상, 두께 기준까지 강화하는 규제를 추진하면서 기업 반발이 커지고 있다. 화장품, 식품, 음료, 김치, 문구, 완구 등 대상 기업이 광범위한 데다 기존 용기를 전면 교체해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재활용을 쉽게 하기 위한 취지이지만 정부가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현실과 동떨어진 방안을 추진해 ‘신발 속 돌멩이’가 추가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 두께, 색상, 포장재 비율까지 일률 규제 추진


기업들이 최근 ‘포장 규제’에 민감해진 것은 지난해 12월 환경부가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다. 포장재 재질·구조 평가기준에 △두께 △색상 △포장 무게 비율을 추가하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포장 무게 비율은 포장재 무게가 제품 무게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정해놓는 것이어서 기업 반발이 크다. 기존에는 포장재가 단일 재질로 만들어졌는지, 마개가 본체와 분리 가능한지 등 재질과 구조 위주로 평가했다면 앞으로는 ‘두께 몇 mm 이내’, ‘유색 제한’처럼 두께와 색상 등도 하나하나 추가 규제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 기준은 입법 후 고시로 정해진다.

일선 기업들은 벌써 비상이 걸렸다. 달라진 기준에 맞춰 용기를 바꾸려면 출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들의 불만이 크다. 용기 교체에 따른 추가 설비투자도 납품 기업의 몫이기 때문이다. 한 화장품 용기 납품업체 관계자는 “용기 하나를 리뉴얼하는 데만 금형 제작과 공정 자동화에 1억5000만∼2억 원이 든다”며 “가뜩이나 코로나19로 타격이 큰데, 전체 포장재를 다 바꾸게 되면 어떻게 감당하느냐”고 말했다.

이미 무색 페트병 생산 등 친환경 실천을 위해 노력 중인 기업들을 지나친 규제로 옥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음료를 생산하는 B업체 관계자는 “포장재는 소비자 선택을 받게 하는 마케팅의 일환”이라며 “획일적인 규제가 많아질수록 기업에 부담”이라고 말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식품 포장재를 일률 규제하면 파손 위험 등 품질 안전성도 저하된다”며 “제품개발부터 생산설비 교체, 검사비용 등 추가 비용도 큰 부담”이라고 했다.

○ “현장 무시 일방 규제, 의견 수렴 충분히 해야”

포장재 규제에 대해서는 중소벤처기업부도 반대 의견을 내는 등 부처 간 의견도 엇갈린다. 중기부는 지난해 국무조정실 규제심사 과정에서 대한화장품협회, 한국포장협회,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과도한 규제가 기업에 부담이 되니 현행 유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당장 바꾸자는 게 아니라 과도한 포장재를 줄이자는 차원”이라면서도 “포장재 절감 효과가 높은 세제, 샴푸 등부터 상반기 내 표준화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기업들은 환경부가 지난해 ‘재포장 금지법’ 도입 때처럼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규제를 강행했던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상품 종류가 굉장히 많고 다양해서 두께와 색상 등을 임의로 제한하기 쉽지 않다”며 “정부가 사전에 규제 효과를 정밀히 분석해 보여줘도 납득하기 힘든 판에 이런 조치도 없이 일방 추진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환경부#포장재 규제#두께 색상도 적용#용기 디자인#규제강화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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