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산은, 62개 자회사 인사에 직간접 영향”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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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알박기’ 논란 관련… “인사-사업 방향성까지 관여도”
금융자회사 3곳 대표, 산은 출신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선임과 관련해 현 정부의 ‘알박기 인사’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KDB산업은행 자회사들이 사실상 산업은행의 영향에서 자유롭기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가 100% 지분을 보유한 산업은행이 출자한 자회사(연결기준)는 KDB캐피탈, KDB인프라자산운용, KDB인베스트먼트 등 금융 자회사 3곳과 대우조선해양 등 총 62곳이다. 산은은 “자회사들이 원칙적으로 상법상 이사 선임 절차에 따라 회사별로 이사회를 구성해 대표이사를 선임할 뿐 산은이 의사결정 과정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속사정을 아는 전문가들의 평가는 다르다. 금융 관련 정부 부처의 고위직을 지낸 A 씨는 “산은이 자회사들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다. 인사뿐 아니라 사업 방향성까지 하나하나 관여한다”며 “자회사 처지에선 생사 결정권을 가진 산업은행의 의향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의 기관장 후보는 법률에 따라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 평가를 거치는 반면 산은 자회사의 사장 인선은 이 같은 절차가 없어 ‘검증 사각지대’란 지적이 과거부터 나왔다.

특히 산은이 80∼100% 지분을 가진 금융 자회사 3곳과 산은을 대주주로 둔 대우조선해양은 산은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실제로 금융 자회사 3곳은 대표가 모두 산은 출신들이다. 대한조선과 삼우중공업은 산은 지분이 미미하지만 이 기업들의 대주주인 대우조선해양이 의결권을 산은에 위임해 뒀다.

원일희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수석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산은에 대한 책임 소재와 관련해 “(산은의) 관리감독 기구는 금융위원회이니 금융위가 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당초 인수위의 인사 중단 지침을 받은 대상에 대우조선해양이 들어갔는지에 대해선 “산은이 부실기업인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 격이고, 산은은 국책은행이니 관리감독 기관은 금융위”라며 “금융위가 두 차례에 걸쳐 유관기관 인사를 중단하란 지침을 내렸다고 밝힌 것으로 안다”고 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대우조선해양#알박기#산은 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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