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문 열렸지만 한도 준다…“분기초 1·4·7·10월 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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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1월 2일 08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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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은행 영업점 대출창구 모습. 2021.12.27/뉴스1 © News1
서울 시내 한 은행 영업점 대출창구 모습. 2021.12.27/뉴스1 © News1
새해 가계대출 총량 한도가 새롭게 부여됨에 따라 은행과 2금융권 금융회사들이 대출 창구를 열기 시작했다. 다만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 차원에서 올해부터 소득기준 대출규제인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강도를 높이면서 대출자들이 체감하는 대출 한도는 지난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금융회사별 총량 한도도 줄어든 상황이라 대출 중단 사태가 재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은행권 관계자들은 대출을 받는다면 매분기 ‘초반’을 노리라고 조언한다. 금융당국이 올해부터 분기별로 총량관리를 점검할 예정인 만큼 금융회사들의 대출 취급 태도가 분기초보다 분기말이 훨씬 깐깐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오는 3일부터 전세자금대출과 부동산담보대출의 우대금리를 0.2~0.3%p(포인트) 인상한다. 우리은행도 우리아파트론 등 부동산담보대출의 우대금리를 0.3~0.5%p, 신용대출 10종 상품의 우대금리도 0.1~0.6%p 올린다. 농협은행은 1일부터 ‘신잔액코픽스 주담대’를 제외한 나머지 주택담보대출 판매를 재개했다. 우대금리는 다른 은행과 마찬가지로 되살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상태다.

인터넷전문은행인 토스뱅크와 케이뱅크도 지난 1일부터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등 신규 대출 취급을 재개했다. 다만 카카오뱅크는 총량 관리 차원에서 올해도 고신용자 대상 신규 신용대출 영업을 중단했다.

2금융권도 속속 대출 문을 연다. 상호금융권인 농협중앙회, 수협중앙회, 신협중앙회는 3일부터 준조합원, 비조합원 대출 등 가계대출의 문을 다시 연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아직 재개 시점을 확정하지 못했다. 보험업권에선 삼성화재가 주택담보대출 판매를 재개한다. KB손해보험과 DB손해보험은 아직 재개 시점을 정하지 못했다. 저축은행업계도 심사 문턱을 예년 수준으로 낮출 예정이다.

◇차주별 DSR 2단계 시행에 총량규제 강도 더 강해져…대출 한도 감소 불가피

대출은 재개되지만 금융당국의 강화된 가계대출 규제로 차주들이 받을 수 있는 대출 한도는 지난해보다 줄어든다.

먼저 올해부터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2단계가 시행된다. 이에 따라 총 대출액이 2억원을 넘는 대출자는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소득의 40%를 넘으면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다. 오는 7월부터는 총대출액 기준이 1억원으로 강화된 3단계 규제가 적용된다.

예를 들어 연소득 4000만원에 대출이 하나도 없는 무주택 세대주가 서울에서 6억원짜리 집을 살 경우 지난해까지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최대 60%까지 인정받아 주담대로 3억6000만원을 빌릴 수 있었다. 여기에 연봉 수준인 4000만원을 신용대출로 받으면 총 4억원을 빌리게 되는 셈이다.

DSR 2단계가 적용되는 올해부터는 상황이 다르다. 연봉 4000만원의 경우 DSR 40%를 적용하면 연간 원리금상환액이 1600만원(월 133만원)을 넘을 수 없다. 주담대 만기를 최장 30년(금리 3.5%)으로 잡아도 3억원 밖에 대출이 안 된다. 종전 대출한도보다 1억원 줄어드는 것이다.

특해 올해부터 카드론도 차주별 DSR에 포함된다. 2금융권의 차주별 DSR 적용 비율도 올해부터는 50%로 지난해 60%보다 강화됐다.

금융회사별로 부여된 가계대출 총량도 지난해보다 줄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는 지난해 5~6%대보다 낮은 4%대로 잠정 결정된 것으로 전해진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10월말 증가율을 기준으로 잡은 수치라서 지난해말 결산이 끝나면 추가 조정을 진행하는 것으로 안다”며 “조정 과정에서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지난해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연간 취급액은 42조원, 12월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12조원으로 추정된다. 5대 은행의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 평균값을 4.5%로 가정하면 올해 한도는 약 32조원 정도다. 지난해보다 10조원 줄어든 수치다.

2금융권의 총량 역시 감소했다. 저축은행의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는 14.8%로 지난해 21.1% 대비 크게 깎였다. 지난해 총량을 맞추지 못한 업체들의 경우 10% 초반의 목표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사는 지난해와 동일한 6~7%를 받았지만 캐피탈사는 3~4%p 깎인 6~7%를 받았다. 보험업계는 지난해 4.1% 대비 0.1%포인트(p) 줄어든 4.0%으로 잠정 결정됐고 상호금융권은 은행권 수준에서 정해질 전망이다.

◇ “대출 받는다면 매분기 ‘초반’이 유리…집 구매 계획있다면 ‘고금리 대출’ 대환”

은행권 대출 전문가들은 지난해와 같이 은행권이 대출 창구를 막을 가능성에 대비해 되도록 ‘연초’와 ‘매 분기 초반’을 노리라고 조언한다. 금융당국이 올해부터 분기별로 총량 준수 여부를 점검할 계획이라 은행들이 연말과 분기말로 갈수록 보수적으로 대출을 취급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차주마다 이사 시기가 달라 원하는 시기에 대출을 신청하지 못할 수 있지만 신용대출의 경우 되도록이면 총량에 여유가 있는 연초나 분기초에 신청하는 게 유리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만약 주택을 구입할 예정이라면 보다 낮은 금리의 신용대출로 갈아타거나 상환하는 게 유리하다. 원리금을 줄여야 DSR 수치를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 관계자는 “연소득을 갑자기 늘리기 어려운 만큼 고금리 신용대출을 갖고 있다면 낮은 금리로 대환하는 게 좋다”며 “마이너스통장을 갖고 있다면 차라리 한도를 해지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한편 신용점수가 820점(KCB 기준) 이하의 중·저신용자는 올해 큰 무리없이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취약차주 보호를 위해 중저신용자 대출에 대해선 가계대출 총량 한도에서 제외하는 방향으로 업계와 논의하고 있다.

특히 중·저신용자 비중 목표치를 부여받은 인터넷전문은행들이 다양한 마케팅을 진행할 전망이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지난해 ‘중·저신용자 이자 감면 이벤트’를 진행했는데, 올해도 진행 여부를 두고 검토 중이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올해말까지 전체 가계 신용대출에서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25%로 맞춰야 한다. 지난해 9월말 기준 각각 13.7%, 13.4%로 부진했다. 토스뱅크는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42%로 맞춰야 한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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