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침체에도 호주·러시아 떴다…해외건설 올 300억달러 목표 달성할 듯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24일 12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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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여파로 해외건설 시장이 전반적인 침체에 빠졌지만 국내 건설사들이 올해 300억 달러 수주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300억 달러 고지를 넘어서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의 재확산과 고유가 시기 대비 낮은 수준의 국제유가로 인해 우리 기업들의 텃밭으로 여겨지는 중동지역의 공사물량이 줄면서 목표달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적잖았다. 하지만 11월 이후 10억 달러가 넘는 대형공사 수주가 잇따르면서 반전을 이뤄냈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예상돼 좀 더 희망적이다. 코로나 관련 백신 접종률 증가에 따른 경기 정상화와 그에 따른 유가 회복 가능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어서다.

● 300억 달러 수주목표 달성 유력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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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24일 오전 11시 기준 수주액은 282억 달러로 올해 목표(300억 달러)를 조금 밑돌고 있다. 여기에 삼성물산이 23일(어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한 ‘아랍에미리트(UAE) 초고압직류송전(HVDC)망 구축 공사’를 더하면 목표 달성이 가능해진다. 삼성물산은 총사업비 30억 달러(3조5000억 원) 가운데 22억7000만 달러(2조7000억 원)를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교통부와 해건협은 당초 올해 수주목표를 지난해 수주액(351억 달러)보다 15%가량 줄인 300억 달러로 책정했다. 저유가로 인해 재정난을 겪고 있는 중동지역 국가들의 공사발주가 감소할 것으로 추정한 결과였다.

이마저도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지난해와 비교해 수주 물량이나 건수, 진출업체, 진출국가 등이 모두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11월에 접어들어 10억 달러가 넘는 공사수주가 이어졌고, 12월에 추가 수주 소식이 쏟아지면서 반전드라마가 가능해졌다. 해건협에 따르면 11월14일(계약일 기준)에 현대엔지니어링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아람코 자프라 가스공사 2공구’(16억 달러), 11월22일에는 삼성엔지니어링이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의 같은 공사 1공구(12억 달러)를 각각 수주했다. 이어 11월30일 DL이앤씨가 러시아에서 13억 달러 규모의 ‘발틱가스케미컬 공장’ 공사를 따냈다.

해건협 관계자는 “저유가로 텃밭인 중동시장 공사발주가 크게 줄고, 코로나19로 인해 해외공사 발주입찰 등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으면서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관측이 많았다”며 “그런데 11월과 12월에 ‘역대급’으로 수주물량이 쏟아지는 반전이 일어났다”고 전했다.

● 중동·아시아 부진, 호주·러시아 떴다
올해 국내업체들의 해외건설 시장에서의 활약상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중동·아시아시장의 부진과 호주 러시아 등 신흥시장의 급부상이다.

연말에 대형공사 수주가 잇따랐지만 국내업체들의 해외건설 텃밭처럼 여겨지고 있는 중동의 부진은 우리 업체들에게 아픈 손가락이다. 올해 중동지역의 수주물량은 24일 오전 11시 현재 90억 달러이다. 여기에 삼성물산 수주물량을 더하면 110억 달러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107억 달러)보다는 조금 낫지만 여전히 전체 수주물량의 40%에도 미치지 못한다.

국내업체가 처음 해외로 나갔던 1966년 이후 올해까지 합친 누적수주물량 기준으로 보면 중동(24일 기준·4597억 달러)은 전체(8972억 달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요한 지역이다. 결국 중동시장이 살아나야 국내업체들의 해외수주 실적이 올라갈 수 있는 구조다.

중동시장의 부진은 저유가로 인한 발주공사 물량 감소가 원인이다. 국제유가가 최근 상승했지만 여전히 재정균형 유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코로나로 인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사업계획 변경이나 발주지연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국내업체들이 중동시장에서의 부진을 만회하는 전략지역이 아시아였다. 하지만 아시아도 올해는 물량이 줄었다. 24일 현재 수주액이 92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115억 달러)의 80% 수준에 머물렀다.

반면 태평양·북미지역(올해·39억 달러, 지난해·5억 달러)와 유럽(45억 달러, 16억 달러)은 각각 7.8배와 2.8배가량 증가했다. 태평양·북미지역에서는 호주가 효자지역인데, GS건설이 올해 10월 수주한 도로공사(23억 달러)가 큰 몫을 차지했다. 유럽에서는 러시아가 눈에 띈다. DL이앤씨가 지난달에 13억 달러 규모의 발틱 가스케미컬 콤플렉스 공사를 수주한 게 주효했다.

● 내년은 올해보다 나아질 것…320억 달러 예상
다행히도 내년 해외건설 시장 전망은 올해보다는 나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이달 9일 펴낸 보고서 ‘2021년 하반기 해외건설산업 동향’에서 2022년 전 세계 해외건설 시장 규모를 올해(11조3000억 달러)보다 3.5% 증가한 11조7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어 국내업체들의 내년 해외시장 수주 규모를 320억 달러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또 코로나 및 유가 상황 개선 등으로 중동시장에서 100억 달러대의 수주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유가 상승으로 중동 발주 여력이 증가하고 있고, 지연됐던 프로젝트 발주가 서서히 정상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최근 오미크론 바이러스 등장에 따른 코로나 상황 개선에 대한 불확실성과 국내기업들이 수익성 중심의 보수적인 수주 전략이 내세울 경우 300억 달러 이상 수주계획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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