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쇼크 엎친데 美-中 ‘물가쇼크’ 겹쳐… 세계 경제 발목 잡나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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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9월 소비자물가지수 5.4% 올라… 13년만에 최대폭 상승률 기록
中 생산자물가도 10.7% 상승, 1996년 통계 작성 이래 최대
美연준 “이르면 내달 중순 테이퍼링”

세계적인 공급 쇼크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13년 만에 최대 폭으로 올랐다. 중국의 9월 생산자물가지수(PPI)도 1996년 통계 집계 이후 25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양대 경제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인플레 장기화가 세계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노동부는 13일(현지 시간) 9월 소비자물가지수가 1년 전에 비해 5.4% 올랐다고 밝혔다. 약 13년 사이 최대 폭의 상승률이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휘발유 가격이 1.2% 올라 전체 물가 상승세를 주도했다. 공급망 붕괴 여파로 식료품 가격도 한 달 사이 1.2% 뛰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과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수요가 전반적으로 증가했지만 원자재 부족과 기업들의 인력난 물류 차질 등으로 공급이 그만큼 따라주지 못해 물가가 뛰고 있다. 당초엔 이 같은 공급망 병목 현상이 일시적일 것으로 예상됐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 향후 최소 몇 달 동안은 인플레이션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인플레 장기화 우려가 커짐에 따라 올해 말 통화정책 정상화를 계획하고 있는 미국 중앙은행의 행보도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날 공개한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위원들은 “경제 회복이 광범위하게 이어질 경우 점진적인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절차를 시작하는 게 적절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위원들은 “다음 회의(11월)에서 테이퍼링 결정이 내려진다면 그 절차는 11월 중순 또는 12월 중순에 시작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미국의 조기 긴축은 세계 금융시장에 ‘긴축 발작’을 일으킬 수도 있다.

전력난을 겪고 있는 중국도 석탄 등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물가 불안을 겪고 있다. 14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9월 중국의 PPI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7% 상승했다. 석탄 가격이 지난해 동월 대비 74.9% 오르며 전체 상승을 주도했다. 석유·천연가스 채굴(43.6%), 석유 석탄 등 연료 가공(40.5%), 철 및 합금을 뜻하는 흑색금속(29.4%), 화학원료(25.5%) 등의 분야에서도 오름세가 두드러졌다. 중국 기업들이 높아진 생산비용을 가격에 반영할 경우 ‘중국발 인플레’가 세계 시장에 수출될 수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세계적인 공급망 혼란과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의 인플레이션 상승세로 세계 경제 둔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중국의 전력대란 후폭풍이 세계 다른 국가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공급쇼크#물가쇼크#세계경제#인플레이션 상승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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