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상흔…키오스크에 일자리 뺏기고 장기실업자 급증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21일 14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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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오후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안양시청에서 열린 ‘2021 제3회 온오프연계 청.년.안.정.(청년안양정착) 일자리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정보 게시판을 보고 있다. 2021.7.1/뉴스1 © News1
지난 1일 오후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안양시청에서 열린 ‘2021 제3회 온오프연계 청.년.안.정.(청년안양정착) 일자리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정보 게시판을 보고 있다. 2021.7.1/뉴스1 © News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올해 들어서만 구직기간이 4개월 넘는 실업자가 월평균 4만9000명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대면서비스업 중에서도 키오스크 도입 등 자동화가 빠른 직업군의 취업자가 큰 폭으로 감소했다.

21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연구보고서 ‘코로나19의 상흔-노동시장의 3가지 이슈’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구직기간 4개월 이상인 장기 실업자 수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월평균 4만9000명 증가했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직전인 지난해 2월과 올해 6월을 비교하면 장기 실업자는 26.4% 급증했다. 같은 기간 구직기간 3개월 이하인 단기 실업자가 15.5%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보고서는 실업 상태가 길어질수록 일자리 찾기를 아예 포기하는 구직 단념자가 늘어나는 것은 물론이고 실업자의 노동시장 재진입이 어려워져 고용 회복에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장기 실업자의 구직단념전환율은 21.1%로 단기 실업자(11.9%)보다 9.2%포인트 높았다. 구직단념전환율은 실업자 가운데 3개월 이내에 구직 단념자가 된 경험이 있는 사람의 비율을 뜻한다.

반대로 취업 전환율은 장기 실업자가 32.3%로 단기 실업자(37.9%)를 밑돌았다. 특히 장기 실업자 중에서도 여성과 취업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취업 전환율이 눈에 띄게 낮았다. 같은 장기 실업자라도 여성의 취업 전환율은 30.9%로 남성(33.4%)보다 낮았다. 취업 경험이 없는 경우도 25.0%로 취업 경험이 있는 경우(37.0%)보다 12%포인트 낮았다. 송상윤 한은 조사국 고용분석팀 과장은 “실업 기간이 길어지면서 ‘이력 현상’으로 여성과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청년층의 취업이 더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거래가 확산되면서 자동화 확률이 70%가 넘는 ‘자동화 고위험 직업군’에 속하는 일자리도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대면서비스업 중 자동화 고위험 직업군의 취업자는 2017년 4월보다 10.8% 줄었다. 같은 기간 자동화 저위험 직업군의 취업자 수는 2.4% 감소하는 데 그쳤다.

보고서는 “대면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자동화 고위험 직업군의 경우 2018년부터 취업자 수가 감소하고 있는 데다 코로나19의 고용 충격도 커 앞으로 일자리가 로봇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들의 원활한 일자리 이동을 지원해 실업 충격을 최소화하고, 구인·구직난 완화 등을 통해 중소기업 채용 확대에 힘쓸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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